박진환(문화과학부 차장)

새해벽두부터 명품(名品)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원·달러, 원·유로화 환율 하락 등으로 대부분의 수입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반면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 판매 제품 가격은 오히려 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샤넬과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에스티로더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제품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이들은 최소 3%에서 최대 10% 이상씩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제품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들 명품 브랜드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환율이 떨어지면서 마진율이 좋아지고 있는데도 가격 인상까지 2중, 3중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 절상에도 불구, 제품 가격을 오히려 인상한 이들 브랜드는 오랫동안 지켜왔던 명품의 가치를 망각한 채 돈벌이에 급급한 장사치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가격 논란과 함께 또 다른 이슈는 명품만 걸치면 자신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맹신하는 이른바 '된장녀' 신드롬이다.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사회적 물의를 빚어도 무조건 명품을 구매하는 충성스러운 된장녀들이 있기에 명품 브랜드들은 안하무인격인 마케팅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들마저도 맹목적으로 명품만을 쫓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종시는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품격에 맞는 종합병원에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서울대병원 응급진료시설 유치를 선언했다. 즉, 도시의 명품화를 위해서는 응급의료시설도 명품, 더 나아가 대학병원도 명품, 대학도 명품대학을 유치해야 하며, 지방대학은 논의 대상조차 안 된다는 것이 현재 세종시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충남대와 충남대병원이 추진하고 있는 '세종충남대병원 설립 논의'는 서울대병원 응급진료시설 유치 확정 시점 이후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반면 충남대와 충남대병원은 세종시의 조속한 건설 및 안정화를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건립이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오는 2016년 이전까지 세종충남대병원을 건립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또 지난 16일에는 지역의 주요 인사 200여명으로 구성된 '세종시 충남대병원 설립추진위원회'를 출범해 정부 및 국회, 지역사회에서 '세종 충남대병원'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으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종시와 충남대는 같은 지역에서 각기 다른 병원 유치와 설립을 놓고,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종시는 지난해 국회에 상정된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유치를 위한 국비 지원안'이 전액 삭감된 것과 관련 "충남대병원의 전방위적인 로비에 의해 예산이 세워지지 못했다"면서 충남대 제2병원 설립은 물론 충남대병원의 특별진료센터 설치도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시와 충남대가 각각 자신들만의 논리와 주장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단어는 바로 '명품'이다. 명품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 한쪽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와야 한다'는 주장을, 또 다른 쪽에서는 '종합병원 건립이 시급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빠진 단어이자 핵심은 바로 주민이다. 이들은 모두 주민의 행복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기관들이며, 존재 이유다. 도시 정주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남대병원이냐, 서울대병원이냐의 논쟁이전에 '언제'가 더 중요한 과제다.

우리 충청인의 희생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세종시가 명품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정 기관이나 정치인의 사적 이익을 철저히 배제하고,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정책이 입안,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