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서점의 몰락… 로컬서점이 살아야 지역도 산다]
[르포] 위기의 ‘계룡문고’ 가보니
서점 찾은 시민, 폐업 위기에 아쉬움 토로
“다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향토서점인데…”
문화·학습 공간 역할 인터넷 서점과 ‘차별’
시민들엔 단순한 서점 이상의 가치 지녀

▲ 지난달 29일 오전, 계룡문고를 찾은 몇몇 손님이 책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정민 기자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여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그럼 이제 책은 어디서 보라는겨?"

이따금 책장 넘기는 소리만 흐르던 계룡문고의 적막을 깬 건 책 계산을 마치고 나오던 70대 A씨 였다. 그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가 경영 위기를 맞은 계룡문고 소식을 전하자 A 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계룡문고를 오랜 기간 애용해 온 시민들에게는 가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계룡문고는 단순한 서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평일 오전 만난 A 씨는 일주일에 몇 번씩 집 근처 산책 겸 지하상가에 들리며, 습관처럼 계룡문고를 방문해왔다.

그는 "내게 계룡문고는 서점이자, 놀이터이자, 쉼터같은 존재"라며 "경영난이라는 문제 하나로 쉽게 닫아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룡문고는 대전에 남은 유일한 향토서점"이라며 "지역 내 다른 서점들은 코로나19 이후 모조리 사라져 마음이 안 좋았는데, 여기마저 사라진다면 눈앞이 캄캄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폐업 위기에 대한 아쉬움은 지역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점에서 만난 박 모(19) 양은 최근 계룡문고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예전보다 계룡문고에 오는 사람들이 줄었다고는 느꼈지만 폐업 위기에 놓인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원도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계룡문고에 문제집을 자주 사러 온다. 사라지게 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도 구매지만 신간 구경이나 오롯이 서점 자체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올 때도 많은데 문을 닫아버리면 허무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자녀의 교재, 문제집 구매를 위해 계룡문고를 자주 방문한다는 학부모 윤 모(33) 씨 또한 인터넷 서점보단 오프라인 서점을 더 선호한다.

윤 씨는 "문제집 같은 경우 특히 내용을 꼭 훑어봐야 하기 때문에 서점에 직접 방문해서 구매하는 편"이라며 "계룡문고는 책을 구매하는 공간이라는 점 외에도 원도심 내 위치한 유일한 큰 서점으로 문화향유 공간이자 학습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매달 계룡문고로 체험학습을 간다고 들었다"며 "계룡문고가 사라진다면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속상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취재 차 방문한 이날 계룡문고는 반나절간 다녀간 손님이 열 손가락에 안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계룡문고의 책방지기,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역시 텅 빈 절간이 따로 적막한 서점을 헛헛한 마음으로 둘러볼 뿐이다. 그는 "‘서점은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한 밤의 별빛’이라는 신념 하나로 30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며 "아직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 책을 읽어주고 싶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데 상황이 따라주질 않아 막막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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