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현장 녹음사례 늘어
충남서 5년간 정황만 4건 발견
학습권 침해 및 생활지도 어려워

장애학생 옷자락에서 나온 소형 녹음기 [특수교사노조 제공]
장애학생 옷자락에서 나온 소형 녹음기 [특수교사노조 제공]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1. 지난 12일 충청권 특수교사 A 씨는 한 학생의 옷소매 안감에 부착된 녹음기를 발견했다.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학교생활이 궁금해 녹음기를 넣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해 충청권의 한 특수교사 B 씨는 학생이 스마트 기기로 녹음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B 씨는 녹음 사실을 처음 인지했을 때 그냥 넘어갔지만, 학생의 녹음은 계속됐다. 결국 B 씨는 녹음 사실을 학교 관리자에게 보고했고, 해당 학생은 이후 스마트 기기를 학교에 가져오지 않았다.

특수교사들이 특수교육 현장에서 녹음이 팽배하게 일어나고 있어 생활지도를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28일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하노조)에 따르면 충청권의 특수학급에서 지난해와 지난 12일에 교사 몰래 수업을 녹음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충남에선 지난 5년 동안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녹음 정황을 포착한 사례도 4건 집계됐다.

노조는 유명 웹툰 작가가 수업 녹음 내용을 증거로 교사를 고소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특수교육 현장에서 녹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웹툰 작가 주호민 가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 수업 내용을 녹음한 후 교사를 고소했는데, 수원지방법원에선 몰래 녹음된 증거의 효력을 인정했다.

지난해 충청권에서 학생의 녹음 사실을 발견한 B 씨의 경우도 주 씨의 수업 녹음 사실이 알려진 후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노조로 접수되는 불법 녹음은 대부분 아동학대 정황이 있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학교는 더 이상 교육 실현의 공간이 아니라 자기 방어를 하기에 급급한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수교사들은 불법 녹음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특수교사는 “장애 학생들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기 위해 생활지도 훈육이 필요한데, 생활지도 과정은 좋은 말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불법녹음이 횡행하게 되면 교사들은 자신의 훈육이 어떻게 오해가 될지 모르니 생활지도 자체를 포기하고 피하게 될 것이고,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 학부모들은 특수교사들의 호소에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충남지역의 한 장애부모 C 씨는 “학교를 믿고 아이를 맡긴 만큼 부모들이 학교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CCTV 설치나 불법녹음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아이가 안전하고 교사도 억울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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