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따스한 봄바람이 불며 공기마저도 달콤한 꽃향기로 가득 차는 시기가 왔다.

봄에는 겨우내 강하게 유지되던 시베리아고기압의 세력이 점차 약화하고 이동성고기압이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이때 찬바람 대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꽃들이 햇볕을 받아 피어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 아름다움에는 한 가지 놀라운 현상이 숨어있다. 바로 꽃가루이다. 꽃가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소중한 선물 중 하나다. 바람에 날리며 식물들의 생식과 생존을 도와 우리에게 음식물과 산소를 제공하고 다른 식물에 전달되어 새로운 식물이 자라나고 다양성이 유지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꽃가루는 인간의 삶과 생태계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꽃가루가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꽃가루를 들이마실 때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인 ‘꽃가루 알레르기’가 우리에게 고통을 주곤 한다. 꽃가루는 수목류, 잡초류, 잔디류로 구분되는데 봄철에 꽃가루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공기 중으로 퍼뜨리는 수목류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다. 특히 소나무, 참나무 등이 증상을 일으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므로 생활 지역에 어떤 나무가 식재돼 있는지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주변 환경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기상 조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뜻한 기온은 식물의 개화와 꽃가루 생산을 촉진해 봄철에 꽃가루의 양이 증가하고 습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꽃가루의 수분이 빨리 증발하고 가벼워져서 공기 중에 떠다닐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 꽃가루가 멀리 퍼지고 공기 중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반면 강수는 꽃가루를 공중에서 지상으로 낙하시켜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강수 후에는 공기 중의 꽃가루 농도가 다시 증가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종합해 보면 따뜻하고 건조하며 바람이 불고 강수가 없는 날에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니 일기예보를 수시로 살펴보는 등 기상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은 시기인 4월부터 6월까지 기상청 날씨누리 생활기상정보를 통해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인 소나무와 참나무의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4단계로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대응 요령을 알려주고 있다. 또 국립기상과학원 누리집에서는 꽃가루 날림 정도를 ‘조금’, ‘흔함’, ‘많음’, ‘매우 많음’ 4단계로 구분한 ‘꽃가루 달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꽃가루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알레르기 증상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름답고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봄이 왔다.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꽃도 아름답지만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꽃내음도 맡을 때 그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봄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꽃가루 정보를 확인한다면 건강을 지키면서 봄의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이 모두에게 행복한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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