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3월 20일은 세계 행복의 날이다. UN SDS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이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 2024의 한국 순위는 52등이다. 한국은 2021년 62위, 2022년 59위, 2023년 57위 단계로 높아져 왔지만 경제 위상에 걸맞지 않게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핀란드에 이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이스라엘 순으로 1~5위를 차지했고, 인구 규모가 작은 유럽 선진국이 대체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캐나다(15위), 영국(20위), 미국(23위), 독일(24위), 프랑스(30위)등 인구 규모가 큰 경제 대국들이 대체로 15~30위권에 위치하고 이탈리아(41위), 일본(47위)은 상대적으로 낮다.

세계행복지수 산정은 생애사다리,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수명, 선택의 자유, 관용, 부패인식도,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 등의 지표를 종합해 산출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 건강수명 등 지표에서 점수가 높고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부패인식도 등 지표에선 점수가 낮으며 주관적 행복도는 부정적 견해가 강하다. 객관적 지표는 낮지 않은 편인데 주관적 행복도가 약한 것은 사회적 자본이 덜 성숙된 상태에서 과다한 경쟁 속 고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면적, 부족한 식량 및 부존자원 등 열악한 경제환경 속에서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에 기초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통해 고도성장을 구가해왔다. 1950년 민족상잔의 전쟁 이후 잿더미가 된 나라를 1인당 GDP 3만 5000달러의 국가로 건설한 것은 기적이지만 국민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게다가 행복을 나눌 겨를도 없이 성장률이 둔화되고 저출산·고령화로 향후 미래도 밝지 않으니 행복지수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성장률을 다시 높이는 것이 국민 행복을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하지만, 행복지수 지표상 한국의 취약분야는 경제 영역이 아니라 사회 영역이다. 즉, 물질적 행복을 넘어 정신·문화적 행복을 개선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정신·문화적 행복은 주관적 영역으로 1인당 GDP에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재개발 국가인 부탄이나 미얀마 등 국가는 주관적 행복도가 매우 높다. 그렇지만 종교의 영향으로 생존경쟁을 지양하고 현실 수용이 관습화된 행복 추구 방법을 우리 국민이 선택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기반한 성장모형으로 성공한 국가인 만큼, 규제 혁파와 경제적 기득권 해소를 통해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경쟁구도의 필연적 부산물인 불평등을 복지로 최대한 완화시켜야 한다. 행복 순위 최상위 수준의 국가를 참조하며 인구 5000만명의 중대형 국가에 적용 가능한 모형을 발전시켜 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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