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사단법인 홀로그램콘텐츠산업협회 이사장

‘논어’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의 중요성 강조한 공자의 가르침이다. 격동의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뒤돌아보면 자본과 욕망 그리고 정치와 권력으로 뒤엉킨 ‘과잉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잉’이란 예정되거나 필요한 수량보다 초과된 상태를 말한다. 과잉은 과도하고 과열되게 만들어 예측불허의 불안함과 불편함을 초래한다.

우리 근현대사는 식민과 해방, 좌우진영의 대립, 독재와 민주화운동, 보수와 진보의 갈등 등 격동의 시대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백년동안 벌어질 일들을 너무나 짧은 시간에 겪었다. 그 치열한 진통의 과정을 겪으며 정치 과잉의 시대에 이르렀다. 정치 무관심 현상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최근의 너무나 과격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과잉 현상은 정치에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극단적인 팬덤정치와 각종 정치성향의 1인 매체 콘텐츠에서 절실히 체감한다.

선거철이 다가오자 최근에 필자가 속한 모임의 회원 한 분이 단톡방 전체회원을 초대해 놓고 극단적 정치 콘텐츠를 단톡방에 도배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몇몇은 단톡방에서 나갔다. 단톡에 메시지를 한번 남기면 전체 회원에게 전하는 효과를 거두니 본인에게는 편하고 좋을지 모르나, 정치적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데 본인이 편리를 위해 모든 사람을 한 단톡방에 초대하는 일은 초대된 사람들에게는 조금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원치 않지만 메시지를 올릴 때마다 나머지 사람들은 계속 알림을 받아야 하는 이런 상황을 일반적으로 ‘카톡 감옥’이라고 부르며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분은 아직 모르나 보다. 본인은 정치에 1도 관심이 없고 단지 애국심에 올린다는데 그 극단적인 정치 콘텐츠들은 자극적이고 저급한 단어들로 가득차, 평소 그분의 인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이다.

민주화 이후 유권자들은 정치참여 욕구는 날로 증가하고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의 발달로 인해 유권자의 정치참여 기회가 늘어나 일반 유권자의 정치참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새로운 정보나 주장, 자극적인 뉴스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바람에 이러한 현상은 더욱 증가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하고 공격하는 이런 태도는 다른 의견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이런 소통이 불가능한 갈등은 민주주의의 대전제까지 위태롭게 한다. 민주주의는 타인의 사상을 존중할 때에만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현듯 한 칼럼리스트의 ‘산업의 과잉은 기술발전과 가격하락이라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정치의 과잉으로 인한 결과물은 대립과 갈등 뿐이다. 정치의 과잉은 역설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라는 글 한 대목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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