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현 청주시 상당보건소 용곡보건진료소장

보건진료소에서 일하면 매달 한 번씩은 꼭 얼굴을 보게 되는 분들이 있다. 바로 혈압약을 복용하는 분들이다. 그런데 혈압 환자 중 한 달이 지났는데도 내소를 하지 않는 주민이 있어 안부도 물을 겸 전화를 드렸다. 한참 신호음이 이어진 후 들린 어르신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고 평소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정 방문을 나갔다.

댁에 방문해 안부를 여쭤봐도 한참 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한 달 전 아들이 뇌출혈로 죽었다고 하셨다. 오랜 기간 아들과 둘이서 생활해 오셨는데,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어르신은 삶의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아들은 30대 초반에 병원에서 고혈압을 진단받았지만, 약을 처방받지도 않고 생각날 때만 가끔 어르신의 혈압약을 같이 복용했다고 한다. 평소 혈압이 높아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무증상 고혈압이 방치되면서 어르신 아들의 몸을 서서히 망가뜨린 것은 아니었을까.

최근 대한고혈압학회에서 20대를 포함해 연령별 고혈압 유병률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20·30대 고혈압 유병률이 10.4%로 젊은 층 10명 중 1명은 고혈압을 앓고 있다.

고혈압이 무서운 건 합병증 때문이다. 젊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고혈압을 방치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합병증의 위험도 커지고 그 합병증을 앓으면서 살아가는 기간도 길어진다. 고혈압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심부전, 뇌졸중, 만성 신부전, 고혈압성 망막병증 등이 있다. 앞선 사례에서처럼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에는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을 젊을 때부터 관리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염려스러운 것 중 하나는 20·30대의 고혈압 인지 비율이 약 17%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젊은 고혈압은 빨리 발견해서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데, 젊은 층은 자신의 혈압에 대한 관심도 적고 자신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는 환자들이 많다.

고혈압 환자는 꾸준히 혈압을 측정해 자신의 혈압 수치를 알고 정상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고염식·고지방식은 피하고 규칙적인 무·유산소 운동으로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키도록 한다. 술을 마신다면 하루 2잔 이하의 절주를 해야 하고, 금연도 매우 중요하다. 젊은 층의 경우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한 혈압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활 습관으로 혈압 조절이 안 된다면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젊은 층은 일하느라 바빠 건강을 챙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세대보다 스마트워치 등의 전자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실시간으로 쉽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또 몇 해 전부터 20대 이상으로 확대된 국가검진을 통해 비용 부담 없이 젊은 고혈압을 빠르게 발견할 수도 있다. 집 근처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를 내소해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하나의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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