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대전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장

이진희 대전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장
이진희 대전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장

최근에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이 작품은 복지시각지대에 놓인 은퇴 노동자를 그린 ‘나, 다니엘 블레이크’, 플랫폼 노동자의 벼랑 끝 삶을 다룬 ‘미안해요, 리키’에 이은 감독의 전작들을 잇는 마지막 시리즈로, 탄광산업 붕괴 후 폐허가 된 지역사회와 시리아 난민들의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두 공동체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탐구하며, ‘더 올드 오크’라는 영국식 펍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론화를 시작한다. 냉랭하던 두 공동체가 밥을 함께 먹는 과정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 좀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현대사회와 맞닿아 있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다양한 복지 및 삶의 문제와 직면해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여전히 OECD 국가 중 높은 빈곤율과 불평등 지수는 우리 사회의 복지 체계에 대한 긴급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또한, 세대와 성별 간 갈등, 소외와 배제, 환경문제 및 기후 위기, 저출산과 고령화, 공동체 해체 등의 사회문제 담론들이 우리 일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는 더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세대 간,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정책과 지역사회 기반의 복지증진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 시민의 힘, 공동체의 역량 즉 시민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복지는 정치적 차원이며, 시민의 참여와 권리 확보에 이바지한다. 사회복지사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시민들의 복지 인식을 높이며,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에 참여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는 안전한 공동체를 위한 책임과 노력이 요구된다.

영화의 주인공 티제이(올드오크 주인)는 난민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을 가진 친구에게 인상적인 말을 한다. "삶이 힘들 때, 우리는 희생양을 찾곤 해. 늘 아래만 보며 약자를 비난하고 그들을 탓하면서 낙인을 찍는 게 더 쉽기 때문이지" 이 말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작품은 말미에 ‘용기’와 ‘연대’와 ‘저항’으로 약자들이 하나 되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신의 공동체 안에서 ‘올드 오크’와 같은 구심점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그 과정에서 각자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에 대한 성찰과 실천이 중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집결돼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연결되고, 연대를 이루며 성장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성숙하고,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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