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연 농협 충북본부 총괄본부장

얼마 후면 민족의 큰 명절 설이다. 나이가 들어도 설을 맞는 마음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릴 적 흥얼대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동요가 생각나고, 새 설빔과 어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을 기다리던 동심으로 돌아가곤 한다.

한편으로 많은 며느리들에게 설 명절은 여간 부담이 아닌 모양이다. 시댁 어르신 모시랴, 차례 준비하랴, 음식 장만하랴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진다. 무엇보다 명절이 되면 시댁에서 손 하나 까딱 안하는 남편을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한다.

실제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전날에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남직원과 여직원의 표정이 사뭇 다른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같이 근무하는 남직원들에게 "남자도, 여자도 다 같이 즐겁고 편한 설 명절 되기 바란다"는 말로 명절 인사를 대신하곤 한다.

설 명절이 되면 사과, 배, 감 등 설 성수품에 대한 소비가 크게 늘어난다. 아무래도 단기간에 수요가 몰리다보니 원활한 공급이 가격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

더군다나 지난해에는 우박과 동상해 등 여러 자연재해가 1년 내내 계속돼 사과, 배 등 주요 과일의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이유로 농협에서는 설 명절을 맞아 성수품을 중심으로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 안정을 위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생산지 농축협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사과, 배 등 주요 성수품의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 한편, 소포장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는 실속 선물세트를 개발해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려고 애쓰고 있다.

무엇보다 설 명절 기간 소비자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 정책과 연계해 성수품에 대한 집중 할인을 실시하고 있고, 카드사 프로모션 등을 활용하여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모양이나 크기 등 외적 요인으로 등급 외로 분류된 소위 못난이 농산물을 상품화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께 보다 안전한 농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하나로마트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유통기한 경과 등 식품안전 특별점검도 실시하고 있다. 농업·농촌의 파수꾼이자 식량 주권의 수호자인 우리 농업인들은 러-우 전쟁, 이-팔 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한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 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설 명절을 맞아 그동안 정성들여 키운 농축산물이 보다 많이 판매되기를 바라는 농업인들의 마음은 그 어느 해보다 간절하다. 다행스럽게도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번 설 명절 기간(1월 17일부터 2월 15일까지 30일간)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의 선물 상한액이 한시적으로 기존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번 설 명절을 맞아 품질도 우수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우리 농축산물의 소비가 더욱 늘어나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행복하고 풍족한 설 명절을 맞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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