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아서 오쿤(Arthur Okun)의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수치로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5.6% (물가 3.3%, 실업률 2.3%)로, 2022년 11월의 6.6%보다 낮고, 2021년 11월의 6.4%보다 낮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고, 실업률도 낮아 경제적 고통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실제로 느끼는 경제체감지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11월 기준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2.5% 증가했지만 소비는 ?0.3%, 설비투자는 -11.9%로 저조했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로 예상되고 있어 역대급 저성장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나아지고는 있지만 99.9로 경제회복을 단언하기 어렵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와 한국은행은 2.2∼2.3%로 보고 있지만, 민간기관은 이보다 낮게 잡고 있다. 2023년에 위축됐던 수출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소비와 투자의 부진이 2024년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의 12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0으로 지난달과 동일했으나, 2024년 1월 업황전망BSI는 12월보다 1p 내린 68로 나타났다. 지난해도 어려웠지만 2024년에 대한 기대가 낮음을 보이고 있다. 산업별로 전자·영상·통신장비(+6p), 1차 금속(+8p) 등 제조업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정보통신업(-10p),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8p) 등 비제조업은 비관적이다.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는 올해 하반기쯤 꺾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고, 실물경기는 상반기에 저조하지만 하반기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경제성장률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은 글로벌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과열도 바람직하지 않으나, 과도한 비관도 경계해야 한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경제 주체들이 분발하면 회복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장과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의 과감한 철폐다. 현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전국 곳곳이 일손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외국인 인력을 적시·적소에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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