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여명(黎明).

어둠을 사위어 밝음을 마중하는 찰나(刹那)입니다.

아직 동트지 않은 시간, 앞을 볼 수 없기에 두렵고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깨어 나아감은 밝음이 오리라는 희망과 믿음 때문일 터.

그렇게 우리는 여명의 시간에 서 있습니다.

새로운 소망과 기대를 여며 시작된 지난 한 해도 하릴없이 끝을 마중하고야 맙니다.

그 삶의 여정(旅程), 번로(煩勞)한 편린(片鱗)들로 우리는 지치거나 절망하거나 포기하려 하는 순간들이 있었음을.

그럼에도 버티고 견뎌 살아있음에 희열할 때도, 탐탁하기도, 행복하기도 한 기억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고되고 힘들어도 순간 순간 인내할 수 있었던 연유입니다.

고대(古代)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교훈합니다.

"빛을 보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다"라고. "꿈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진다"며.

현세(現世)의 앤 라모트(Anne Lamott)도 말합니다.

"희망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일어나 옳은 일을 하려고 할 때 고집스러운 희망이 시작된다. 새벽은 온다. 기다리고 보고 일하라, 포기하지 말라"고.

우리는 다시 여명의 찰나에 서 있습니다.

긴 어둠을 미련없이 배웅하고, 다시 밝아올 새 날을 기꺼이 마중하려.

어둠을 걷어 드러나는 새 길을 가려 합니다. 아니 가야 합니다.

거듭되는 지루한 소망일지라도 다시 마음에 품어 내디뎌야 합니다.

여명의 제단(祭壇)에 새 소망과 희망과 꿈을 올려 어둠으로 가려진 길에 빛이 허락되길 간구합니다.

나에게 우리에게 세상 모든 이들에게, 기울지 않는 같은 행복과 평안이 되길.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받게 되는 선물을 소망하며, 어둠 속에서 시작되는 희망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다시 나아갑시다. 함께 하는 이들과 동행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며 사랑을 나누며.

그렇게 아련해진 지난 한 해의 소망과 이별하며 새 날의 기쁨과 희망을 아로새겨 기도하나니.

박제(剝製)된 꿈, 포기하지 말고 소생(蘇生)하여 어둠에서 잉태돼 주어지는 희망이란 선물로 모두에게 주어지길 기원합니다.

미르(龍)의 웅비처럼 장대한 꿈이 발현되는 새 날들이 되소서.
 
글·사진(강원도 양양해변)=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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