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옥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강사

네 살배기 손주의 어린이집 알림장을 훑어보다 웃음이 터졌다.

아이의 하루 생활이 담겨 집으로 보내오는 알림장에 보육교사가 쓴 글을 보니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어린아이들은 또래와 상호작용을 하며 즐겁게 지내다가도 금세 토닥거리는 일이 다반사란다. 그 상황을 아이들끼리 잘 풀어나가는 것도 배움의 한 과정이기에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교사가 굳이 개입하지 않는단다.

상황 전개는 이랬다. 손주와 친구가 블록 놀이를 하다 서로 같은 걸 집어 들고 실랑이를 벌였다. 또래의 소견으로 양보보다는 쟁취하려는 의도가 먼저 앞섰는지 서로 잡아당기다 손주가 밀려 넘어졌단다. 밀린 손주의 두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너 우리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그러자 상대 친구도 그 말에 금방 울먹이며 "나도 엄마 있는데." 하더란다. 멀찍이 지켜보던 선생님이 혼잣말처럼 "아휴, 선생님도 울 엄마한테 너희들이 자꾸 싸워서 너무 속상하다고 말해야겠다." 했더니 두 녀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 선생님도 엄마 있어요?" 하며 달려오더란다.

너무도 진지한 표정으로 달려와 안기는 두 녀석의 동그란 눈망울에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고 "그럼! 선생님 엄마가 너희들 엄마보다 엄청 나이가 더 많단다." 했더니 " 와~ 좋겠다." 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가 놀이에 열중하더란다.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이 눈에 그려지며 웃음이 나왔고 선생님의 현명한 대처도 경이로웠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는 우주다. 동화 속에 나오는 도깨비방망이고 알라딘의 램프일 거다. 하나둘 세상살이를 알아가는 연둣빛 새싹들이 무엇이 옳고 그름인가를 현명하게 일깨워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할미에게도 묵직하게 내린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모든 행위를 비추는 거울이라 한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말에 의하면 아이가 허투루 쓰는 말투 하나를 보더라도 그 집의 가풍과 부모의 인품을 알 수 있다 한다. 할미가 된 나도 우리 엄마의 몸짓, 언행, 행동거지의 투영을 몸에 새기고 사는 거 보면 유년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조건 없는 포용만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단호한 절제와 과감한 양보도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참교육이란 걸 알아야 하리. 하루 두어 시간을 할미 품에서 놀다 가는 손주 녀석의 나날이 늘어가는 응석이 귀여워 무조건 끌어안았지만 이젠 좀 분명한 규칙은 세워야 할 것 같다. 그러다가 정말 할미에게 어깃장 부리며 떼를 쓴다면 나도 우리 엄마에게 말한다고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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