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하나의 세포가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인간으로 탄생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세포의 무한 복제 속에서 미세한 차이가 생기고, 위치가 달라지면서 각 세포는 스펙을 획득하고, 이를 교감하며 인간이 탄생한다. 세포의 그 미세한 차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유전자의 각본에 따라 인간이 결정된다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차트 도킨스의 주장과는 다르다.

우주의 탄생도 비슷하다. 빅뱅 이후 우주의 먼지와 가스가 팽창하고 충돌하면서 생긴 우주의 작은 밀도차이, 온도 차가 하나의 별, 은하를 만들어 낸다. 춘추전국시대의 철학자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말했다. 천지는 만물을 만들 때 억지로 어진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도록 할 뿐,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지조차 세상사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데, 하물며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인간이 세상사에 간섭한다. 그 간섭이 사달을 일으키고, 재앙을 쏟아 낸다. 진짜 성인은 백성을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즉 성인불인(聖人不仁)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데블스 플랜’이라는 게임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 플레이해서는 이기기 어려운 구조로 구성된 서바이벌 게임이다. 공리주의가 나오면서 게임의 재미를 더해갔는데, 이에 편승한 사람들이 뭉쳐 다수가 되면서 능력 있는 사람이 떨어졌다. 자신이 무리에서 튀지 않기 위해 속마음을 숨기는 등 다양한 인간 본성이 나타나며 마치 일본판 사무라이 집단주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 전국시대, 사무라이 중심의 집단 속에서는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에 속마음을 들키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면서, 차이가 없도록 노력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한국의 ‘우리’로 대표되는 집단의식과는 사뭇 다르다. 사무라이라는 무서운 데블스가 존재함에 따라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데, 데블스 플랜이 그러했고, 빌붙어 플랜이라고 비웃음 들었다.

4050세대는 데블스 플랜에서 능력주의보다는 공리주의에 마음이 갈 수도 있다. 소수 품종을 대량 자동화 생산을 경험해 봤던 세대이기에 일본식 사무라이 집단주의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2030세대에게 데블스 플랜은 어림없다.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물건을 소량 생산하는 시대,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 마이크로소사이터 사회에서 살아야 할 그들이기에 당연하다.

2030 세대의 회사, 부서가 잘 나가고 있다면 아마도 천지불인의 플랜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사회, 부서는 어떤 플랜을 짤 것인가. 인간의 인위적 구성을 짠 데플스 플랜인가, 천지불인의 플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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