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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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아버지께서 큰 형에게만 큰 지분의 재산을 증여하셨습니다. 문제는 추후 저게 상속될 재산은 유류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겁니다. 억울한 마음에 아버지께 공평한 지분을 요구했는데도 소용이 없어 지금 당장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상속 지분에 침해를 받은 상속인들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시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류분청구는 상속이 개시되어야만 제기할 수 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부모님)의 불균등한 재산 증여로 상속 지분에 피해가 생긴다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권자가 된다. 다만 유류분권자 가운데는 억울한 마음이 앞서다 보니 당장이라도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려는 착오를 범하기 쉽다. 억울한 마음이 앞서더라도 유류분권자들은 재산을 물려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의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부친의 증여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의 절반인 5000만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민법에서는 유류분청구가 가능한 시기를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라고 규정한다. 즉 상속이 개시되어야만 유류분권자들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유류분권자들이 법률에서 말하는 상속이 개시된 시점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법률에서 규정한 상속개시 시점은 쉽게 말해 재산을 증여한 아버지가 사망한 시점을 말한다. 따라서 아버지가 특정 자녀에게만 모든 지분이나 불균등한 지분으로 재산을 증여했을 경우 나머지 상속인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야 자녀들에게 상속권이 생기고 상속권이 생겨야 유류분권도 생기는 원리로 이해하면 쉽다. 만약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계신 경우는 불균등한 증여가 있었더라도 유류분을 청구할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반면 현실에서는 유류분권자들이 상속개시라는 의미를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령 아버지께서 특정 자녀에게만 재산을 증여했을 경우 그 시점이 상속이 개시됐다고 믿는다는 것.

부모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는 공평한 지분이든 아니든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상속 지분에 침해를 받은 상속인들은 추후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가 생긴다.

유류분권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부모님이 유증을 했다고 해서 상속이 개시된 시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부모님은 생전에 자율적인 권리행사로 특정 자녀에게 증여나 유증을 할 순 있지만, 그 시점을 법률상 상속개시 시점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한편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고려할 때는 상속개시 시점만큼이나 소멸시효에도 유의해야 한다.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아버지가 사망한 때, 다시 말해 상속이 개시된 시점부터 제기할 수 있지만, 그로부터 1년 내 제기해야 한다. 만약 상속이 개시된 후 1년 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소멸시효에 의해 권리가 소멸 돼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법 규정에는 상속이 개시된 사실은 알았지만, 특정 상속인에게 증여나 유증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1년이 지났더라도 10년 내 다시 1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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