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유성구청장

지난 주말 유림공원은 꽃과 나무의 대향연이 펼쳐졌다. 유림공원 서편은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유성 국화전시회가 절정을 이뤘다. 포근한 날씨에 화사하게 만개한 국화를 감상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동편에서는 목재체험행사가 열렸다. ‘나무야 놀자’를 주제로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이 행사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가족 단위로 찾은 시민들은 30개 가까운 체험 부스를 돌며 나무를 깎고 다듬고 크고 작은 소품을 직접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서편에서 꽃을 감상하고 동편에서 나무를 만지며 무르익은 가을과 친환경 축제의 진수를 만끽했다.

목재체험행사는 우리 구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목재친화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유성구는 지난해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목재친화도시 조성 사업에 선정되어 국비 25억 원을 지원받는다. 총사업비 50억 원을 투입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게 주요 목표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7월에는 1단계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 사업과 연계해 목재친화거리, 목재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목재체험행사 등을 통해 분위기 확산과 인식 전환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에 목재 건물을? 이런 궁금증과 의심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화하는 중이다. 실제 전국에 철근콘크리트 대신 목재로 지은 건물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대전 서구에 건립 중인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는 국내 최고층(7층) 목조건축물이다. 지금까지는 경북 영주에 있는 5층 높이의 산림약용자원연구소가 최고층이었다. 전주시는 전북대학교 캠퍼스 일부를 한옥형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종로구도 도심 한복판에 12층 높이의 국내 최고층 목조 공공건축물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더 쉽게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5박 8일의 일정으로 다녀온 유럽 출장길에 핀란드 헬싱키의 우드시티(Wood city) 현장과 오디 중앙도서관을 둘러봤다. 도서관 책꽂이는 물론 외벽부터 바닥, 천장, 테라스 등이 온통 나무였다, 전 국토의 4분의 3이 숲으로 뒤덮인 핀란드는 오는 2025년까지 공공건물의 45%를 목재로 짓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목재는 재사용이 가능하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건축 소재이며 이산화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동시에 탄소 저장고의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은 미국 밀워키의 25층 주상복합아파트 어센트(Ascent)로 높이가 86m에 달한다. 스위스에는 조만간 100m 높이의 목조건물이 등장할 예정이다. 스웨덴은 도시 전체를 목조건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목재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첨단 기술과 창업생태계가 어우러진 혁신도시가 유성구 발전의 가로축이라면,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친환경 녹색도시는 세로축이다. 가로축과 세로축이 만나 ‘다 함께 더 좋은 유성’이 완성될 것이다. 그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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