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정부 부문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기의 일을 스스로 알아서 척척 잘 하고 있을까.

재정분권 이론 중에 재정연방주의라는 것이 있다. ‘연방’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 나온 이론으로 미국이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연방-주-지방은 헌법을 포함한 법령의 근거에 따라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며 기능수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조세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부문에서 조세를 통한 재원조달이 어려운 경우 기능 수행에 제한을 받을 수 있으며, 조달 가능한 재원의 규모와 수행 기능의 종류 및 규모가 연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미국 지방정부의 형태 및 규모가 매우 다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어떨까. 지방자치단체는 헌법과 볍령에 따라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며 기능수행을 위한 재원은 조세인 지방세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기능의 종류와 규모는 재원조달 원천인 지방세 징수 규모와의 연계성이 매우 낮다. 기능수행을 위한 재원이 부족하더라도 국가가 재정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 기능의 종류 및 규모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시돼야 할 재원 조달 능력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지방분권 추진에 따른 국가 기능의 지방이양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방분권 추진 시책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종류 및 규모의 기능이 이양되고 있으며, 이양된 권한을 행사할 행·재정적 능력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에 대해 행·재정적으로 의존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조직운영에 필요한 재원조차 부족한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이양되고 있는 기능의 수행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게 된다. 국가 입장에서는 기능 이양을 통해 자치사무가 된 분야까지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출발은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능 배분에 있다고 본다. 국가-지방 간 관계에 있어 기능 배분의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지리·역사·문화적 특성을 감안하여 스스로의 능력으로 수행이 가능한 정도여야 한다.

지방자치 실시 초기 자치사무 설정부터 최근 진행된 자치경찰제의 도입과 고등교육의 권한을 시·도로 이양하는 것까지 행·재정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 국가가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 기능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지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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