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자 대전 서구의회 의장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책을 위한 교육에 참석한 적이 있다. 교육 강사는 멕시코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인류의 아이)’이라는 SF 영화를 소개했는데 전 세계 모든 여성의 불임으로 인해 인류 종말의 시대가 온다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으로 인구 소멸을 묘사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인구 소멸 국가 1호 대한민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되뇌어 보았다. 인구 소멸은 바로 지방소멸로 이어져 지방의 존립을 흔들고 있다. 심각한 인구·지방 소멸의 위기 앞에서 서구의회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앞으로 지방의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필자는 작년 7월 서구의회 3선 의원으로서 9대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고 ‘역동적인 변화로 감동을 주는 서구의정’을 의정 구호로 힘차게 출발했다. 지난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루어낸 값진 결과 뒤에는 숨겨진 유망주들을 발굴하여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게 한 감독의 필승 전략이 있었다. 필자 또한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 이후 선출된 최초의 의장으로서 함께 선출된 의원들의 의견과 경험을 숙고하여 상임위원회의 적재적소에 배치하였다.

9대 전반기 서구의회의 원만한 원 구성으로 서구의회 20명의 의원 모두는 해당 위원회에서 최대 역량을 발휘하며, 지난 1여 년 동안 활발한 의정활동과 정책대안 제시로 구민들의 이해와 동참을 얻을 수 있었다. 서구의회는 주민과의 최접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현실로 옮기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주체적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발전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더 필요하다.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과 윤석열 정부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선포,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 등으로 지방자치발전의 초석은 다져졌지만 지방의회의 독립된 법률이 없어 법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자연에서 우연히 자라나는 야생화가 아니다. 국회에 국회법이 있고,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자치법이 있듯이 지방의회에도 지방의회법이 있어야 온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필자 또한 지난 2021년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하여 만장일치로 채택된 바 있다. 지방의회가 지방시대의 높은 장벽을 넘어서 독립적 기구로서 위상을 확립해 나갈 수 있도록 조직구성 권한과 예산편성 권한을 포함한 ‘지방의회법’이 제정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다가오는 10월 29일은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이다.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제정한 날이다. 지역불균형과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지방소멸이라는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방의회법’ 제정으로 지방의회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여 진정한 지방 주도의 시대가 열리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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