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대학교수이자 정치평론을 하는 필자는 고향이 호남이고 처가가 영남인 관계로 명절은 민심을 두루 청취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친구들도 만나고 형제자매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나름 추석민심을 파악해 봤다. 추석 민심 중에 가장 크게 들린 소리는 ‘경제와 민생회복’이었다. 사람들은 경기불황과 고물가, 고금리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청년들의 취업문은 더 좁혀지고 있고, 쪼그라든 저출산은 국가 앞날마저 암울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쟁만 일삼고 있고 여전히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때는 상황이 그렇다 치지만 이제 일상회복이 됐는데도 회생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다음은 ‘정치복원’이다.

정권이 바뀌고 여소야대 상황이 된 이후로 하루도 정쟁이 멈춘 날이 없었다. 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여의도는 야수들이 싸우는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과거에는 그래도 여야가 치열하게 다투다가도 협치가 있었다. 극적인 대 타협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방탄, 탄핵, 해임’ 같은 용어들이 말해주듯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더하면 더했지 나아 질리는 만무해 보인다. 그래서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북관계상황’이다. 국민들은 솔직히 불안해하는 것 같다. 남북이 연일 험한 언행을 주고받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강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강경대치로 전쟁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여야 상반된 주장으로 정국을 어지럽히니 국민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민심의 근원지는 정치실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가다간 무슨 사단이라도 날 것만 같다. 이제라도 여당은 여당답게 야당은 야당답게 정치를 해야 한다. 서로 타협하고 대화하면서 민생을 챙겨 국민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치복원의 열쇠는 대통령과 야당대표에 있다고 본다. 거대 야당대표는 국회정상화와 민생회복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 대통령께서도 야당대표와 만나 무슨 말이든 듣고 협치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야당대표가 여러 의혹의 피의자 신분인건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신분 일 뿐더러 국회 168석의 제1당 당대표이기 때문이다. 명분보다는 민생이 중요하다. 국민은 다 죽는다 하는데, 국회는 한걸음도 나가고 있지 못하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치도 정권도 국민이 외면하고 무시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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