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한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지난 주말 사이 남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폭이 좁은 아주 강한 강우전선이 형성되며 수도권을 시작으로 충청, 전북, 경북 북부에 이르기까지 400mm가 넘는 강우가 쏟아졌고, 충청·남부 지방 등은 600mm가 넘는 폭우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하천범람, 침수, 산사태 등으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호우 상황에서 다목적댐은 대규모 홍수피해에 체계적으로 대응했다. 전국 댐의 홍수기 제한수위를 선제적으로 낮추어 저수용량을 73억톤 가량 확보하였고, 강우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약 15억톤의 물을 사전방류하는 등 홍수조절 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아울러 올해는 하천홍수를 관리하는 홍수통제소와 댐 운영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댐 하류 하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탄력적인 댐 방류량 조정을 시행했다.

다목적댐은 우리나라 홍수조절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집중호우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핵심 시설로 선제적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 우리는 홍수기에 대비한 선제적 댐 운영으로 상류에 대규모의 홍수량을 저류하여 하류의 홍수피해를 줄여주는 댐 본래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댐 하류에 위치한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지류, 지천이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본류의 국가하천은 제방 정비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반면 본류 하천에 인접한 지류, 지천인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제방 정비율이 50%를 밑돌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통계에 따르면 하천 홍수피해의 98.7%가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에서도 충남 논산의 논산천과 청양의 지천 등에서 제방이 붕괴되어 40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고, 가옥과 농경지 등이 침수됐다.

이번 장마만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일상화되고 있다. 홍수피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치수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집중호우로 인한 지류·지천의 범람 발생 요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지천의 제방 붕괴 등의 원인은 복잡하다. 단순히 홍수량 증가 때문이 아니다. 오래된 제방과 하천 형태에 따른 유속 차이, 물살의 충격이 집중하는 지형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하천은 범람에 대한 위험노출과 취약성이 증가되고 있다.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지류·지천의 제방과 하천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자체의 하천관리를 재정적, 기술적 측면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지역·하천별 위험도를 고려한 맞춤형 하천 정비가 될 수 있도록 국가 주도로 지류·지천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 정비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 또 도시하천이나 과거 500년 빈도 이상 강우가 발생해 위험도가 높아 정비가 시급한 하천에 대해서 국가가 직접 정비하는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행정구역 단위로 분절된 하천관리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의 하천관리 체계는 하천시설의 중요도 및 규모, 행정구역에 따른 관리기관 분산 등으로 일관된 집행이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재난 발생 시 책임소재 또한 불분명하다. 효율적인 홍수 대응과 물관리를 위해 환경부(국가·지방하천, 다목적댐), 행안부(소하천), 농식품부(농업용댐), 산업부(발전용댐)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물관리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디지털트윈,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과학적 홍수 예방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최우선 책무다.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치수 정책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고 획기적인 치수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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