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충남본부 기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민들을 위한 기금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한 충남도의회 의원이 답한 내용이다.

자신의 지역에서 도민이 겪고 있는 일을 도민 대표가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정말 모르는 것이 아니라면 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회피하는 이유에 대해 한 도민은 ‘표’ 때문이라고 했다. 기금 문제에 잘못 개입했다가 유류피해민과 기금집행단체 등 소속된 사람들의 표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회피한다는 것이다.

지역 정계 관계자도 한 도민의 주장에 동의했다. 이른바 ‘정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기금 문제를 먼 발치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도의원은 도민의 대표다. 도민의 일에 신발 벗고 나서 목소리를 치고, 도민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상황이란 이런 것이다. 유류피해민이 기금의 정상화를 바라고 있고, 유류피해민 대부분이 충남도민이라면 도의원이 기금의 정상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비정상이다. 도민이 기금의 정상화를 목 놓아 외치고 있는데도 일부 도의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입장 표명도 피한다. 이런 도의원들에게 누가 도민 대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유류피해민이 필자에게 말했다.

"도의원이 당연히 나서야 하는 일인데, 나서질 않으니 다른 경로를 찾는 수밖에 없죠"

이들은 자신들의 대표인 도의원에게 가서 하소연하기보다, 직접 움직이기를 택했다. 직접 기금관리기관을 찾아가 기금 정상화를 외친다. 도민대표인 도의원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줄 것이라고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도민의 신뢰를 잃은 도의원은 힘을 잃는다. 도의원이 힘을 갖기 위해선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대변해야 한다. 그래야 도의원이 살고 도민이 산다. 도의원도, 기금도 모든 것이 정상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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