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규 청주시 낭성면행정복지센터 면장

어린 시절에 장마철이 되면 집중호우로 냇물이 넘쳐 마을은 온통 물난리가 나서 피난을 가고 소중하게 가꾸어 온 곡식들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올해도 쌀밥을 먹지 못하고 보리밥으로 겨울을 지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을 원망하면서 지낸 기억이 있다.

다른 기억엔 봄철인가. 비가 너무 내리지 않아서 들녘이 온통 메마른 대지로 덮이고 작은 바람에도 흙먼지가 일어나는 들녘을 보면서 그때는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파란 하늘을 원망하면서 자란 기억도 있다.

젊은 시절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호기심으로 공무원에 입문하여 농촌의 어르신들과 농촌 업무를 하면서 각종 민원들로 인하여 짜증도 냈고 한두 번쯤은 그만둘 생각도 하면서 이제 이 자리에 서 있다.

해마다 반복적 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다가오는 각종 민원업무와 법에 맞지도 않은 서류를 들고 오셔서 막무가내 우격다짐으로 해 달라고 큰소리치는 민원인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마을 주민들의 푸념과 한숨이 내 일이 아닌 양 일부러 외면하기도 했다.

요즘 한창 농번기가 시작되고 있는 시기인데 농업용수가 꼭 필요한 시기가 되었지만 평년 강우량에 30%만 내려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부터 농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어릴 적 부모님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걱정하고 푸념하고 하늘을 탓하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뭄대책이 예전보다는 과학적 장비를 동원하고 미리 해소 대책을 수립하여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농민들이 농사를 하시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그만큼 경제적인 고통도 함께 한다. 이젠 그 절실한 마음을 알기에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비가 오나? 안 오나? 관심을 갖게 되고 면사무소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비가 오지 않는다고 걱정하시면 그 마음을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같이 고민하고 좀 더 가뭄이 지속될 것을 대비해서 면사무소에 비치하고 있는 양수가와 송수호스 발전기 등을 언제라도 대여해 드려서 즉시 사용 할 수 있도록 정비 및 점검을 하고 있다. 가뭄 극복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드리고 있다.

이젠 올해 농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농민의 시름이 가슴속에 더 다가온다. 비록 농사를 하지는 않아서 농민의 아픔과 고뇌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젠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요즘 내 모습에서 일부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 가뭄을 해갈해 주는 소중한 빗줄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그 누군가에게 간절히 빌고 있다. 메마른 들녘에 마을 어르신들에게 미소와 희망을 주는 빗줄기가 세차게 내려 대지를 적셔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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