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대전사회서비스원 아동돌봄부 부장

2013년, 스파이크 존스감독의 영화 ‘Her’가 개봉됐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자신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대화가 가능한 A.I.(Artificial Intelligence) ‘사만다’를 구매한다.

올해로 이 영화가 개봉된 지 딱 10년이 됐다. 그 사이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여 영화 속 ‘사만다’를 우리는 현실 속에서 만나고 있다. 그녀보다는 덜 똑똑하지만 대화가 가능한 ‘지니’와 ‘시리’와 ‘클로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니에게, 시리에게, 클로버에게’ 그날 날씨를 묻고, TV도 말만하면 틀어준다.

최근엔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복지 분야에서도 AI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의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 로봇은 물론, 홀몸 어르신의 복약시간과 주간일정, 운동 등을 하게 하는 돌봄로봇까지 제법 다양하다. 사실 아직은 높은 단계의 기술은 아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맞춤형 돌봄 인공지능 로봇을 발달장애인 가정이나 노인에게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2022년 12월,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개발한 대화형 언어모델 인공지능 챗봇 ‘Chat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뉴욕대와 프린스턴대, 펜실바니아대가 공동으로 언어모델인공지능이 직업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텔레마케터가 언어모델 인공지능에 가장 크게 노출된 직업군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규칙과 매뉴얼이 있는 직업은 앞으로 AI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 영화 속 ’사만다‘와 같은 고도의 AI를 만나는 것은 머지않은 듯하다.

그러나 영화 ‘Her’의 결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만 특별한 존재인 줄 알았던 사만다가 수천 명의 사람과 동시에 대화가 가능한 한낱 ‘시스템’에 불과했다는 것을 확인한 테오도르의 공허함으로 영화는 끝이난다.

사람 사이의 눈빛과 제스쳐, 스킨십은 ‘당신이 내겐 특별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신호들이다. ‘인간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으로서 대하라’는 철학자 칸트의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구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따뜻함’과 ‘부드러움’, ‘상냥함’이 인공지능에게서 얻지 못할 영역이 아닐까 싶다.

특히 ‘돌봄’의 영역에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친교와 소통이 중요하다. 아이를 보살피고 어르신을 돌봐드리는 일은 단순한 대화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공동체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일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우리 스스로가 해내야할 일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망을 기반으로 하는 돌봄서비스는 그 어느때보다 가치있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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