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규 대전본사 정치행정부장

[충청투데이 나운규 부장] ‘전세사기는 사회적재난이다’

최악의 전세사기에 사회 초년생인 젊은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끼고 아껴 모은 돈에 은행 대출까지 받아 만든 전세금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린 젊은이들이 삶의 희망을 내려놓고 있다.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린 60대 건축업자가 저지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인 30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 피해자 중에서만 이번이 벌써 3번째다.

A씨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야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자신의 전재산인 보증금 9000만 원을 날렸다. 집에서는 발견된 단수 예고장은 그의 생활고를 그대로 보여줬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같은 사건 피해자인 30대와 20대 남성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건축왕으로 불린 60대 건축업자는 인천 미추홀구 외에도 경인지역 일대에 주택 2700여채를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전세사기는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최근 대전에서도 수백억원대 오피스텔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구속된 데 이어 도마·괴정·문창·유천동 일대에서 다세대주택 50여 세대의 전세금 약 50억 원을 떼먹고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피해자 상당수가 젊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신혼부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수십, 수백건의 전세사기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예상치를 뛰어 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즈음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전세사기는 더 이상 일반 사인(私人) 간 피해가 아닌 사회적재난으로 볼수 있다.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한다.

18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주축이 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또 참여연대를 비롯한 65개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 구제를 촉구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세 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이며,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 역시 청년 미래 세대"라며 관계 부처에 전국 전세사기 점검을 지시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다만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정책을 추진해 벼랑 끝에 선 피해자들이 다시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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