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재 대전동부교육지원청 민원자료담당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같은 과 동료들과 카페를 다녀온 직원이 뿌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한다.

"이번에 새로 전입 온 주무관이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길래 우리 자리로 오라고 해서 같이 커피를 마셨어요."

선배가 후배를 챙기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모습이 MZ세대에게는 불편함으로 느껴질 수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과 개인 생활의 경계를 명확히 지키는 MZ세대들에게 개인의 시간과 영역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무로 지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여유롭게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을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공무원 사회에서의 중요 화두 중 하나는 조직 내 ‘소통’이다. 말 그대로 잘 통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매개체로 ‘대화’가 필요한 것인데 MZ세대의 등장과 맞물리면서 기존 대화에 ‘기술’이 필요하게 됐다.

그저 대화만으로는 MZ세대와 올바른 소통을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MZ세대의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까지 통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선배 세대들은 어떻게 해야 이들과 마음까지 통하는 올바른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들과의 대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공간적 상황에서의 ‘공감(empathy), 배려(care), 인정(acknowledgement)’이다.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 세 가지가 각각의 상황에서 한 세트 안에 있어야 한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아! 커피 마시러 왔구나" 등의 대화법이 예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MZ세대는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자란 세대다 보니 실수에 대한 비판에 익숙치 않으며, 공간적으로는 디지털 기기 이용에 능숙하다 보니 어떠한 공간에서든 혼자 있는 것에 어색함이 없다. 카페나 식당에 MZ세대가 혼자 있다면 그것은 자발적인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을 공감하고 배려하며 인정하는 것이 MZ세대와의 신뢰적 관계를 쌓아가는 바탕이자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쓰여있다고 한다. 요즘 애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방식대로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요즘 애들은 문제니 뭐니 불만을 갖고 그들과 대립해봐야 승자는 선배 세대가 될 수 없다.

필자가 공무원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소통’이라고 하는 단어를 공문에서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조직에서든 가정에서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애들’을 이해하기 위해 조직이 변하고 가정이 변한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선배 세대들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MZ세대에게 ‘꼰대’는 남의 일인 것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혼자 있는 MZ후배를 챙기고 그 행 동을 뿌듯해 하는 MZ선배에게 물었다.

"그 후배가 과연 좋아했을까요?"

"혼자 있는 게 외로워 보여서 우리가 같이 마시자고 한 건데요?"

그 모습이 꼰대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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