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왕철·충남본부 서천담당 부국장

[충청투데이 노왕철 기자] 최근 서천군 공무원이 음주교통사고를 야기했다. 공공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무원이 범죄를 저지른 거다.

이번 사건은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부서 회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해당 공무원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거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 서천군 공직자들이 ‘음주운전 근절 자정 결의대회’를 통해 음주운전을 반사회적 비위행위로 인식하고 음주운전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김기웅 군수 취임 후 3개월도 안 돼 공직자 음주운전 적발(사고 포함)이 4건이나 연달아 발생하자 군은 지난해 10월 결의대회 자리를 마련했고 서약까지 했는데 또다시 음주운전사고가 되풀이됐다.

이쯤 되면 서천군 공직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가 김 군수의 리더십은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자정 결의대회 당시 김 군수는 ‘연대책임론’까지 언급하며 엄포를 놨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후속대책 마련이 뜨뜻미지근하게 전개되고 끝내 흐지부지되는 양상으로 흐르자 긴장이 풀리면서 공직기강은 결과적으로 결의대회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군수는 공직사회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김 군수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군수의 리더십 부재와 공직기강 해이의 상관관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장면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간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군수의 안일한 대처와 리더십 부재가 거론됐다. 솜방망이 처벌은 물론 복지부동이나 책임회피성 행정에 대한 시비가 일어날 때마다 책임의 화살은 김 군수로 향했지만 줄곧 피하는 모습만 보였다. 특히 조직 내 인사와 관련해 불만이 팽배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을 택하면서 불만을 해소하지 못했다.

경험칙상 공직기강 해이는 기관장의 리더십 부재 속에서 피어난다. 민선8기 출범 8개월이 흐른 시점에서 여전히 김 군수의 비전은 흐릿하다. 사안에 따라 원칙도 흔들리는 모습도 보인다. 갈피를 못잡는 일부 공직자들은 차라리 면사무소로 내려가 소리 없이 지내다 민선9기를 맞고 싶다며 한숨을 쉰다. 지역민들은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그래서 서천군이 해야 할 일도 산더미인데 서천군청의 ‘발통’이 움직이지 않는다. 문제의 시작도, 해법도 김 군수의 리더십에 있다. 령(令)이 서지 않는 상황,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가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발통이 잘 굴러갈 수 있는 윤활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