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1996년 이탈리아의 파르마 연구팀은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말, 행동 등을 그대로 따라하는 공감 뉴런인 거울 뉴런(Mirror neuron) 신경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감이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며, 본성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공감 능력이 있어 다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며, 얼굴은 부드러워지고 얼굴 근육은 정교해져서 세밀한 감정을 표현 할 수 있게 된다. 호모사피엔스는 공감이 주는 친절한 행위를 통해 다른 힘센 영장류 보다 강력한 협동관계를 맺으면서 생존해 왔다.

‘사랑합니다, 좋아요, 공감합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유행어가 아닐까 싶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타인의 마음상태를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사람일지라도 공감 능력이 뒤처지면, 훌륭한 직원으로 거듭나기가 어렵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자연스레 고객의 의견에 공감해주는 기업들을 찾게 됐다.

누구나 공감 받고 싶어하고 또 공감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는 공감을 먹고 거대해 졌고, ‘고객님 사랑합니다’와 같은 콜 센터 멘트나 ‘고객은 항상 옳다‘처럼 공감이 생존 조건을 넘어 ‘돈’이 되고 있다. 어떤 것이 진짜 옳고 좋은지는 문제가 되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공감 획득 경쟁 시대에 뛰어들고 있다. 유명한 공감을 전하는 소통 강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요즘 사람들이 힘든가 봐요. 많이 힘드시죠’라는 의사의 공감의 멘트를 바랬는데, 타자를 치면서 딱딱한 말투로 ‘어디가 아프십니까’하는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소통의 강사조차 공감 받기를 원하는 공감 갈구 사회다.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당신은 왜 공감하지 못하는지, 그럼 벌칙 받아라’ 그런 세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콜센터 직원의 50%는 욕설을 듣고, 온라인 댓글 창에서는 잔인할 정도의 후기를 남긴다.

작년 최고 인기 동영상으로 에버랜드 직원이 놀이기구 탑승을 랩 형식으로 안내하는 현장을 담아낸 ‘소울리스좌 영상’이 선정됐다. 주어진 업무는 능숙하게 수행하지만, 감정과 에너지는 절제하는 캐릭터다. 공감 전성시대, 타인과 거리를 두고 영혼없이 일을 해야지 자신의 감정을 소비하지 않고 벌칙도 받지 않기 때문에, 공감이 아닌 소울리스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능력 덕분에 부족과 사회로서 살아남았으며, 공감을 올바르게 이용하면 더 나은 차원의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감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어마어마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공감 뉴런인 거울 뉴런의 뇌 신경 세포 덕택으로 인간의 얼굴에 표정이 살아났지만, 공감의 과잉 사회에서는 영혼이 없어지는 소울리스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소울리스좌 영상’은 말하고 있다.

공감 코스프레, 또는 공감 과잉 사회가 아닌, 한 인간의 본성으로 공감을 키워보자. 얼굴 표정은 살아나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이 길이 공감으로 인류를 번영하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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