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대전본사 취재1팀 경제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유성온천’에서 온천이 사라지고 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온천시설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다.

최근 연속 보도하고 있는 ‘빛 잃은 유성온천관광특구, 대전 문화 축 흔들린다’ 시리즈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됐다.

온천 없는 온천관광특구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짧게는 십수 년 길게는 백여 년 역사를 가진 온천 호텔들이 맥없이 문을 닫는데, 정말 지킬 방법이 없을까?

유성온천관광특구의 쇠락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호텔 리베라 유성과 아드리아 호텔이 문을 닫았을 때 이미 유성관광특구는 저물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JH 레전드호텔, 인터시티호텔이 온천탕 운영을 포기한 일은 유성온천의 끝자락을 의미했다.

근래 만난 유성온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일관된 목소리였다.

관광 이전에 온천을 살려야 한다는 것. 온천이 살아야 온천 중심 관광 명소의 명맥을 이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온천 현장의 간절한 외침과 달리 현실의 답답함은 자명하다. 유성온천수가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으면 뭐하나. 정작 온천수 관리지역 내 온천공 30개 중 11개는 운영 주체가 없어 놀고 있다.

대전 유성 봉명동을 중심으로 한 유성온천지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관광특구이자 대전 8경 중 하나다.

유성온천관광특구는 관광특구로써의 명망을 잃은 지 오래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도모하고자 시행된 관광특구 제도는 결국 유흥업소가 즐비한 거리만 남겼다.

온천지구 내 한 호텔 관계자는 달마다 갚아야 하는 세금만 수십억이라고 토로했다.

온천탕 입욕객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세금 갚기도 벅차다며 말끝을 흐렸지만, 그 표정은 벼랑 끝에 선 사람의 절규처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유성온천을 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며 낸 보도자료에서 유성을 ‘쇠락’하는 관광특구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쇠락하는 온천지구를 위한 사업은 온천 체험관과 주차장을 짓는 계획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중병이 들어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유성온천관광특구에 체험관을 하나 짓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자칫 온천 없는 온천특구에 유성온천이 있었다는 흔적만을 남기는 박물관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도시 속 온천이라는 잠재력을 가진 유성온천관광특구가 그저 옛 시대를 상징하는 유물로 남지 않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온천이 대전의 살아있는 문화로 시민·관광객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차제가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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