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교· 대전본사 취재2팀 교육문화 담당 기자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붐벼서 괜찮은 곳이라고…."

출신을 묻는 질문이 나올 때면 대화는 곧장 대전에 정착한 이유로 이어졌다. 대학 이외 별다른 연고가 없었으니 화두에 올라도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대답은 맥이 없을 수밖에. 내게 대전은 적당했다.

먼저 대학을 다니던 누나를 만나기 위해 대전을 찾았다. 열아홉이었다. 이전까지 지냈던 김해와 부산, 구미, 충북 등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도시였다. 붐비면서도 조용했고, 바쁘면서도 큰 일이 없었다.

아르바이트 중 만난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감도 좋았다. 인심도 지나치거나 치우침 없이 적당했다. 결국 이곳에 자리를 잡기로 결심했고 10년 넘게 ‘대전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착한 배경을 물은 이들은 쓴웃음을 짓곤 했다. "그렇지, 대전이 노잼도시긴 하지"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늘어놨다. 그러나 ‘적당함’은 매력이었다. 뭐든지 적당한 건 오히려 쉽지 않다. 난 그 매력에 홀려 정착했다.

대전에서 청년이 됐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떠난다. 통계적으로는 지난해 말 40만명선이 무너졌다.

매년 전문대 하나에 버금가는 청년 인구가 사라졌다. 대학을 함께 다닌 동창이나 지인들이 모두 대전을 떠났다. 기어코 지역에 남은 이들은 부모 세대부터 대전에서 지냈거나 대전 이외에 별다른 연고가 없는 경우였다.

"내가 하려는 분야의 일은 대전에 없잖아", "똑같은 일을 해도 여긴 연봉이 너무 적지 않냐", "일을 하면서 내가 성장하기엔 업체들이 작고 적어", "장사를 해도 서울서 해야…."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일 때면 으레 듣는 얘기들이다.

일자리는 적당치 않았나 보다. 지인들은 모두 서른 언저리에서 대전을 떴다. 먼 미래 노후까지 내다봐야 할 순간이 닥치자 높은 연봉의 직장과 발전 가능성을 택했다. 대전에 대한 애착은 이런 현실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전의 적당함이 주는 매력은 안정감으로부터 이어졌다.

타 지역에선 넘볼 수 없는 가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여건들은 또 다른 발전 가능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리적 이점, 교통 여건부터 인근 지역과의 연계 가능성, 과학, 바이오, 방위산업 등 특성화 기반도 부각된다. 한 때 대전 서구는 예술인이 가장 많이 모인 기초단체로 거론되기도 했다. 문화적 역량도 쉬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안정 속에서 특별한 가치를 발굴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먹고 살 길이 문제다. 정작 문화가 융성하고 각종 인프라가 갖춰져도 이를 누릴 청년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누구나 대전을 위한 균형 잡힌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한다.

그 중심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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