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왕철·충남본부 서천담당 부국장

[충청투데이 노왕철 기자] 민원은 지자체와 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창구, 또는 매개체다. 주민은 민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지자체는 민원의 타당성을 따져 적절한 조치를 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민원은 풀뿌리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키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민원이 문제해결의 수단으로서 정당성을 가지려면 민원의 목적 자체가 정당해야 한다.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민원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동백정리조트 건립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서천화력발전소 시설물 철거 과정에서 민원이 제기됐고 이를 검토해 서천군이 ‘발파작업중단’을 통보한 거다. 발파 작업 시 소음 등이 일부 허용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게 군의 설명인데 이 같은 군의 조치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소음 등 피해가 있으니 군의 제재 조치가 정당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행정조치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논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뜻밖의 쟁점이 등장했다. 과연 해당 민원이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 것이다. 조속한 공사 추진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몇몇 사람이 제기한 민원은 소음·진동·분진 등 환경적 피해 해소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적 이익을 더 얻어내기 위한, 철거공사 관련 이권에 개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주장한다. 민원 제기 전 민원인의 요구사항 중엔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 등 이권을 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시설물 철거를 위한 발파작업이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하는데 극소수의 주민 몇 명이 시행사로부터 피해보상 등 물질적 이득을 지속적으로 취하기 위해 민원을 제기한다는 거다.

이들이 발파작업에 따른 환경적 피해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묵인하는 건 서둘러 철거작업을 마치는 것이 마을 전체의 공익에 부합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발파 대신 중장비와 인력을 대거 동원해 일일이 시설물을 뜯어내더라도 소음·진동·분진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차단 시설을 보강한 뒤 발파작업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철거공사를 끝내는 것이 더 합리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행정의 영역에서 풀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단순히 민원 자체에 대한 대응이야 행정의 영역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결정에 따른 주민 간 반목과 리조트 건립 지연에 따른 부작용, 이에 대한 실망감은 어쩔건가. 보다 세밀한 행정적 조치와 정치적 수단 강구를 기대해 본다.

서천군수를 비롯해 지역 정치권이 합리적 해법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갈등 해소를 위한 합리적 대안 마련, 이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표를 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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