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태 대덕구의회 의장

지난 7월‘살기 좋은 대덕구’ 조성을 위해 야심차게 제9대 대덕구의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구민들께 실망감만 드리고 말았다. 전반기 원구성에 대한 합의가 늦어지면서 다소 늦은 개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타 의회보다 한 달여 정도 개원이 지연됐는데, 그사이 우리 의회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각계에서 비판과 지탄이 쏟아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리 의회를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우후지실(雨後地實·비 온 뒤 땅이 굳는다)’, ‘전화위복(轉禍爲福·화가 복이 될 수 있다)’ 등 우리 의회의 의지를 담은 여러 말들이 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들이다.

그러나 늦은 개원이란 주홍글씨는 제9대 의회가 종료되는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태 정치를 보인다거나 후반기 원구성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면 비판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우리 의회가 제대로 의정활동을 펼치지 못할 것이란 불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의원 수가 여야 동률이란 점 때문이다. 사안 때마다 여야가 대치한 채 평행선을 그을 것이란 의심 말이다. 또한 의원 8명 가운데 7명이 초선이란 점도 불신을 키우는 듯하다. 의원 다수가 의정경험이 전무하기에 제대로 의회정치를 펼칠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치가 ‘정당정치’와 떼놓을 수 없는 현실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매서운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작게는 걱정, 크게는 불신이 일어나는 데 대해 의회를 대표해 책임 정치와 신뢰 구축에 매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단순한 의지 표명만은 아니다. 우리 의회 불신의 근간인 여야 의석수 동률과 초선 의원의 다수 포진은 오히려 균형적이고 새로운 의정활동을 펼치는 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역설적으로 제대로 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누군가 말하길 정치란 합의의 과정이라고 했다. 설득과 회유를 통해 취할 것을 취하고, 조절과 타협을 통해 줄 것을 주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우리 의회는 의석수가 같기에‘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느 한 정당이 독단적으로 치고 가거나, 반대로 무기력하게 끌려가기 어렵다 보니, 협치가 필수불가결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견이 분분한 사안의 경우 무조건적인 반대표나 찬성표를 막을 수 있고, 토론 등 충분한 논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놓친 부분은 없는지, 보완할 것은 없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다.

우리 의회는 평행이 아닌 동행, 구태 답습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동력을 발판으로 새로운 대덕구, 살기 좋은 대덕구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의회를 대표해 우리 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등대처럼 안내하는 한편, 때로는 첨병으로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유일한 재선이자 최연장자로서 본보기가 될 것을 약속한다.

여담이다. 개원이 다소 늦어졌음에도 의회 시계는 계속돼 예산 심사 등이 있는 9월 정례회를 앞두고 있다.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 한 채 회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우리 의회는 이러한 지적을 고려해 8월 말 이뤄진 의정연수를 그 어느 때보다 알차게 추진했다. 연수 기간 관행처럼 진행했던 체험학습 등 외부행사를 일절 배제한 채 오직 교육과 강의에 모두 할애했다. 수차례 연수를 다녔지만, 이번 연수만큼 학구열이 뜨거웠던 경우는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부족할 것이다. 빈틈을 채우도록 최선을 다해 행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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