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석 세종시 해밀초등학교 교장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약 5년여 전, 당시 개교 2년차인 S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학부모회 담당을 맡아 새롭게 구성하였다. 학부모회는 다양한 동아리 중심으로 운영하고자 계획을 하였고, 계획에는 ‘아빠랑 함께’라는 이름만 있고 동아리원이 없는 그런 동아리가 있었다.

학부모회 임원 소개로 몇 명의 아빠를 소개받아 첫 모임을 교무실에서 하였다. 퇴근 직후라 배가 고파 같이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아버지회 운영 결의를 다졌다. 그 결의는 정말 열정적인 활동으로 이어져 1박 2일 캠핑, 자전거 여행, 기차 여행, 물놀이 등 수백 명의 아이와 아빠가 참여하였다.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열정적인 모임이었다.

연말, 교육청에서 학부모회 우수사례 보고서 공모 공문이 왔다. 한 학교에서 1편만 제출할 수 있었다. 담당교사인 나는 ‘우수사례’에 연연할 필요가 있냐며 아예 내지 말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학부모회와 아버지회는 그동안 열심히 한 게 아까워 서로 내겠다는 했다. 나름의 명분이 있었고 팽팽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어느 날 ‘담판’을 지었다. S초 학부모지원실이었고, 양쪽에서 2명씩 그리고 내가 배석했다. 진지했고 긴장감이 흘렀다. 열정을 바친 모임에 대한 애정이었다. 이후 향배를 장담할 수 없었다. 담판 상황은 상상의 영역으로 두고 싶다. 다만 매우 신사적이었음은 틀림없다.

담판 이후, 아버지회는 학부모회 소속으로 하였고 대신 몇 가지 제안을 학부모회에서 받아드리기로 했다. 지금은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해 우수사례를 누가 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후 S초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사와 학부모회와 함께 협력하여 노력한 사례가 타 학교의 모델이 되었으며, 지금도 학교를 넘어 지역과 함께 하고 있다.

5년여가 지난 어느 날, 해밀초 학부모회 회장님과 얘기를 나누었다. 회장님은 학부모회를 정말 잘하고 싶어 고민이 많았다. 여러 과정을 겪은 후 성장한다며 지난 S초 ‘담판’ 이야기를 했다. 학부모회 회장님은 S초 담판 이야기는 이미 세종 학부모회에서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라고 했다. 나는 5년여 전의 일을 해밀 학부모회장님에게 듣는 것은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얼마 전에 해밀학교사회적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 개소식을 했다. 1년여 전부터 학습모임을 만들고 준비를 하여 올 6월에 협동조합이 인가를 받고 그 사업 중 하나로 매점을 열었다.

방학 중에 시범으로 열었고 2학기 개학에 맞춰 정식 개소식을 하였다.

참, 멋진 개소식이었다. 세종시 첫 학교 매점이라 많은 분들이 개소식에 참여하여 덕담을 나누어주었다. 개소식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가지지 않았다.

"지금은 해밀초 안에, 해밀초가 협동조합을 품고 있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분명 협동조합이 해밀초를 품을 겁니다."

진심이다.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비밀이지만 협동조합이 만들어가지는 과정에서도 소중한 ‘담판’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매점 개소식이 가능했다. ‘담판’이 무엇인지는 후일 밝힐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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