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취재2팀 정치사회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면 만물이 생동한다. 거리거리에 늘어선 가로수는 저마다 잎을 피우고 가지를 뻗치며 생장에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발육은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끝을 맺는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가냘픈 나뭇가지와 연녹색 잎은 아무렇게나 휘둘리는 톱날에 몽땅 잘려 보도 위로 추락한다. 기둥만 남은 가로수는 예년처럼 기약 없는 생장을 다시금 시작한다.

가지치기라는 미명 아래 가지가 모두 잘리고 몸통만 남게 되는 대전지역 가로수는 한 해 1만여 그루에 달한다. 가로수가 간판을 가리거나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민원이 발생하긴 하지만 가지를 한꺼번에 다 자르는 강전정( 剪定)이 전체 전정 작업의 80%를 차지하는 건 과도하다. 기둥만 남은 가로수는 이른바 ‘닭발 가로수’로 불리며 봄철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강전정 위주로 진행된 배경에는 돈이 있다. 가로수 생장을 고려해 매년 두세 차례 조금씩 가지치기를 진행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한 번에 다 자르는 것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투입 인력도 대부분 전기업자 등 비전문가로 구성돼 제대로 된 가지치기를 진행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나무의 에너지 생산능력을 훼손해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국제수목관리학회는 나무 생장 기간에 가지치기할 경우 나뭇잎의 25% 이상을 제거하지 말라고 권장한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 이어지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강전정이 주를 이루던 기존 가지치기 방식을 대폭 개선키로 약속했다.

대전시는 내년부터 강전정 비중을 20%까지 축소하고 전정 횟수를 연 1회에서 2~3회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기존 한국전력공사가 시행하던 전정 사업을 각 자치구에서 넘겨받아 직접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도 지난 9일 가로수 가지치기 기준 등이 담긴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가로수 등 관리지침(가칭)’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가로수는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그늘막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때문에 현 탄소중립 기조에도 걸맞다. 이제라도 가로수 가지치기 강도가 약해지고 관련 기준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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