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부동산 인증·권리분석 제도 간소화
유명무실 제도 되지 않기 위한 관심 필요

"결국 포기했습니다. 6개월 동안 계약할 수 있는 집을 찾지 못했는걸?"

오랫동안 조립식 쪽방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LH에서 지원하는 주거 취약계층 전세임대주택 사업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세임대주택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6개월 동안 계약할 수 있는 집을 구할 기간이 주어진다.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쪽방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드디어 안락한 집에서 살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A씨는 왜 집을 구하지 못한 것일까? 2020년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 의원의 질의에 따르면 당첨자 중 절반이 계약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간절히 바랐을 제도를 무엇 때문에 포기하는 걸까?

‘LH 전세임대주택’ 제도는 주거 취약계층인 청년, 대학생, 수급자 등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주거복지 제도의 일환이다. 값비싼 전세금을 임대인을 대신해 LH에서 전세 계약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임차인은 보증금에 따라 1~2% 정도의 이자를 납부하고 거주할 수 있다.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시기에 이 제도는 임차인 입장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환영이다. 하지만 임대인이나 부동산은 어떨까?

전세임대주택 사업은 일반적인 전·월세 계약과 달리 복잡한 계약구조로 인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불리하다. 계약금 없이 주택매물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어렵게 전세 매물을 구해도 계약이 가능한지 권리분석이 필요하다. 일반 전·월세 계약에 없는 권리분석은 몇 가지 서류가 요구되는데, 이 부분에서 임대인이나 부동산이 전세임대주택 계약을 꺼리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긴 시간으로 금전적인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부동산에서도 이런 계약 말고도 일반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면 한결 수월하고 짧게 끝이 난다. 임차인과 달리 임대인과 부동산에 이 제도는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전세임대주택 사업이 주거 취약계층에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좋은 제도가 매몰되지 않도록 사업의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할 것이다. 임대인과 부동산의 계약 의지를 이끌만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계약을 중개하는 부동산에는 중개수수료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어 금전적인 보상책을 마련하면 좋겠다. 착한 부동산 인증과 같은 제도로 부동산을 중개하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바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권리분석과 같은 제도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법무사에서 위탁으로 진행되는데, 소수의 법무사에서 진행해 계약 기간이 길게 소요된다. 여러 법무사에게 위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과 부동산의 계약 의지를 이끌만한 유인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계약을 중개하는 부동산에는 세금혜택이라든지, 착한 부동산 인증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중개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사례가 있다. 임대인에게도 중개수수료 혜택을 주는 등과 같은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다. 임대인에게도 중개수수료를 할인해 주거나, 임대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면 현재보다 전세임대주택 사업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는 늘어날 것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에 필요한 제도이지만, 실상은 6개월 동안 계약도 하지 못하고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한수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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