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취재2팀 정치사회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지난 2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송파 세 모녀 8주기 추모제가 열리기 불과 일주일 전 대전에서 삼부자가 생활고로 목숨을 잃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50대 남성은 80대 노부와 중증 장애를 앓던 형과 함께 대전 서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지난해 말 영업부진으로 운영하던 음식점을 그만두고, 일정한 직업 없이 대리 운전 등을 전전하며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 지급된 지원금은 매달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장애인지원금 각 30여만원이 전부였다.

월세와 전기, 수도, 도시가스요금 등 공과금을 밀린 적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보장시스템상 위기가구로 분류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사건은 2014년 2월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여러 모로 닮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는 유서와 마지막 월세, 공과금이 든 봉투를 남기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 사건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세 모녀가 기존 사회보장체계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대대적인 제도 개편에 나섰다.

위기 가구를 발견하기 위한 복지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개발·운영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복지 3법을 제정했다.

보완 노력에도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의 비극은 이어졌다.

2020년 서초구 방배동의 다세대 주택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30대 아들과 함께 살던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일명 ‘방배동 모자 사건’이 그렇다. 앞서 2018년 충북 증평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40대 여성이 어린 딸과 함께 숨진 뒤 두 달 만에 발견된 ‘증평 모녀 사건’도 구멍난 사회 안전망을 그대로 보여줬다.

서구는 삼부자의 비극이 알려진 뒤 구내 23개 모든 동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복지는 현장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번 조치가 허울 좋은 구호로만 그치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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