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2019년 초였다. 처음에는 가벼운 제보로 생각했다. 청주 지역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에 대한 얘기였다. 지금 시대에 맞지않는 ‘꼰대’ 이사장이 문제겠거니 했다.

첫 기사가 나간 후 추가 제보가 쏟아졌다. 이 새마을금고에 대해 쓴 기사만 5회다. 대부분 장기간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내면서 새마을금고를 사유재산처럼 생각하면서 벌어진 문제였다.

이 새마을금고에 대한 기사가 끝나자 다른 새마을금고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3선 연임제한에 걸리게 된 11년 6개월을 근무한 이사장이 사직 후 6개월 뒤 재출마해 당선되며 연임제한을 무력화시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3번 연속 당선되면 3선으로 인정돼 출마가 제한되지만 새마을금고는 치외법권이었다.

또 다른 새마을금고에서는 선거에서 패한 이사장이 자신의 임기 중 선출한 대의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며 선거무효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대의원들을 다시 선출해 재선거를 치뤘고 당선됐다. 재선거 과정에서 이사장의 부인이 대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이 적발되며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지만 이사장의 신분에는 문제가 없었다. 역시 공직선거법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부분이다.

비상식적인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면서 도대체 왜 새마을금고는 바뀌지 않나라는 고민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80% 이상의 새마을금고에서 이사장은 대의원들의 간접선거로 선출됐다. 새마을금고 대의원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100여명 안팎이다. 대부분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억대 혹은 억대에 가까운 연봉이 보장된 가운데 업무추진비도 수천만 원 씩 주어진다. 충분한 실탄을 갖고 100여명 중 60~70여명의 대의원만 자신의 사람으로 심고 관리하면 그 새마을금고는 이사장의 ‘왕국’이 된다.

지난달 28일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통과에 따라 앞으로 소규모 금고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새마을금고는 이사장을 회원의 직접 투표로 선발해야 한다. 또 이사장 및 중앙회장 선거를 농협·수협 등 유사 상호금융기관과 같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했다. 새마을금고 부이사장 및 중앙회 부회장 제도도 폐지된다. 이에 따라 전국 각 새마을금고는 2025년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전국 동시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 국회의원들의 고민도 컸을 것이다.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수천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는 건드리기 어려운 ‘성역’과도 같았다.

다행히 일부 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개혁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의무적으로 직선제를 시행하게 되면서 사유화를 벗어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또 앞으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당선인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아있다. 이사장의 연임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개정안은 국회 행안위에서 계류 중이다. 지역농협, 지역수협과 같이 전직 이사장이 상근이사로 근무하며 ‘상왕’으로 군림하는 현실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개선해야 할 과제가 모두 국회를 통과해도 헛점은 생길 것이다. 또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발생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마을금고 회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주인은 회원이다. 이사장이 사유화하면 피해는 주인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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