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극단적 선택, 무엇이 문제인가 <下> 멍드는 공무원, 결국 피해는 시민이
밀레니엄·Z세대 대거유입
간부·기성세대와 마찰생겨
조직 내 자정 유발장치 필요
공무원 관련 환상 벗어나야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굳어진 낡은 관행과 경직된 분위기 속 공직 사회의 피멍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를 향한 비판과 즉각적인 문제해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닌,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개개인의 인식변화를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며 업무 적체, 대민 업무 및 휴직률 증가 등 공무원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며 조직 내부의 갈등관계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이 공무원 대상으로 조사한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나는 상급자들의 모순된 요구/지시를 받는 경우가 있냐’는 질문에 광역자치단체 공무원 10명 중 3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직 의향을 묻는 질문엔 ‘보통이다’가 29%, ‘그렇다’가 22.1%, ‘매우 그렇다’가 8.4%로 조사됐다.

‘이직 의향의 이유’로는 ‘낮은 보수(30.2%)’, ‘과다한 업무(15.2%)’, ‘상하 간 인간관계(7.3%)’, ‘동료와의 인간관계(1.1%)’ 등 순이었다.

이 같은 현실 속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가 대거 유입되며 간부 및 기성세대와의 마찰까지, 공직사회의 괴리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연이은 공무원들의 극단적 선택이 우리 사회에서 일회성 이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원인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적극적인 재발 방치책이 수립돼야 한다.

당사자가 어떤 상황에 놓였었는지,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조직 내 불합리한 관행들은 없었는지, 조직 내 상사나 동료와의 분쟁을 해결할 창구가 있는지 등 철저하게 조사하고 바꿔나가야 하는 이유다. 단순히 특정인의 괴롭힘, 왕따, 우울증 등의 키워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닌 조직 내 자정작용을 촉발할 구조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 것.

유제춘 대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비롯해 업무상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군이 바로 공무원일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코로나19 상황에 직접적으로 대처해야 해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인사, 불합리한 관행, 내부 불공정한 것들을 문제제기 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경직된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함께 요구했다.

유 센터장은 “대부분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사회 분위기에서 신규 공무원들은 치열한 경쟁과 어려운 관문을 뚫고, 꽃길만 걸을 것이라는 주변 기대 속 임용이 된다”며 “그런데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고 불합리한 것들이 많지만 민간과 달리 쉽게 그만둘 수도 없어 진퇴양난, 즉 절망감에 빠지며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구조적인 문제도 개선돼야 하지만 공무원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며 “고용의 안정성으로 공무원을 선호하지만, 오히려 정년보장이라는 틀에 갇히면 조직이 더욱 곪게 되고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끝>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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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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