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담보능력만 중요시
브로커, 간단 서류 준비 돕고
불법행위인 ‘보험계약’ 요구
문제 생겨도 中企 보호 못받아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연 매출액이랑 업력(업계 경력), 대표자 나이는 어떻게 되나요? 사업자등록증이랑 말씀드린 서류 준비해주시면 찾아뵙고 가능한 정부 지원금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뿌리산업 등 제조업체들에게 시중 금융기관의 대출과 정부 정책자금은 ‘유리천장’처럼 여겨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브로커들만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중 금융기관에서 제조업체의 고가 기계장비는 사실상 담보능력이 없고, TCB(기술등급평가, Tech Credit Bureau)평가가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로 전문성을 잃으면서 공공기관까지도 개별 대표자의 신용도나 담보능력만 중요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대출 문턱 등으로 자금사정이 급박한 중소 업체들은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어 10~20% 이상의 수수료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충남의 한 제조업체 A대표는 “정책자금을 신청하려고 해도 수 십 년 공장에서 일만 한 사람들이 무슨 서류를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당장 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 브로커가 자금을 받아주겠다면 수수료 얘기는 들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6일 본보 취재진이 직접 통화한 결과, 브로커들은 간단한 서류 준비 정도를 도와주면서 정책자금이 지원되면 일정 비율의 커미션(수수료)이나 금액에 비해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보험계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보험계약 등을 요구하는 행위가 불법행위임에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고, 일부 금융사들은 이들의 영업활동을 독려하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이들 브로커들은 공신력 있는 ‘중소기업 전문 컨설팅업체’를 가장, 일부 보험대리점(GA)에서 노무·절세·정부자금 등의 컨셉으로 영업활동을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불법행위가 포함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중소업체들은 보호받을 수 없고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이처럼 국가와 지역 경제의 뼈대를 이루는 제조업체들의 창업 유도와 시설투자 등 선순환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충묵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은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오히려 제조업체들이 금융시장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기계담보 대출 비율을 높여 보증해 주고, 보증서 발급보다 직접 대출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대출. 연합뉴스
사진 = 대출. 연합뉴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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