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그늘]
주조·금형·용접 등 제조업 근간
비싼 기계 담보 맡겨도 대출액
감정평가액의 최대 40% 불과
금융기관 리스크 탓 기피 이유
개인·시설자금 대출도 어려워
자금난…현상유지 조차 힘들어
제조업 육성 목소리…현실 막막
“지원 없는데 누가 제조업 하나”

▲ 충남의 한 금형업체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경찬 기자
▲ 충남의 한 금형업체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경찬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 파급효과가 큰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금융시장에서 제조업은 ‘찬밥신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특히 개별 업체에 맞게끔 특수 제작이 필요한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을 6개 기술을 다루는 제조업의 일부)은 제조업의 근간으로 불리지만 비싼 기계값이 오히려 뿌리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6일 지역 금융기관의 제조업 기계담보 대출 가능 비율을 확인한 결과, 기계 감정평가액의 최대 40%로 나타났다.

10억원의 기계를 담보로 맡겨도 최대 대출가능 금액은 4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계담보 대출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시중 금융기관들은 기계담보 대출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지역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계장비는 환가성(현금화하기 쉬운 정도)이 낮아 담보가치가 없다. 업체들에게는 소중한 장비지만 금융기관에서는 비싼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이나 기계담보 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캐피털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제조업체들은 부동산 담보 대출이나 대표자 신용대출 등으로 부족한 대출금액을 메꿔왔는데 개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제조업계의 하소연이다.

투자 목적인 시설자금 대출도 공장 증축 등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대출이 어려워 인건비나 관리비 용도로 범용성이 좋은 운전자금 대출 일부를 설비구축이나 기계 구입 등에 사용하고 있다.

실제 충청권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시설자금 대출은 2018년(45.9%), 2019년(46.6%), 지난해(44.5%,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지역경제동향’)로 해마다 비슷한 수준이다.

충남 금산의 한 금형업체 A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대표자들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시중은행은 ‘언감생심’이고 2금융권에서도 대출 거절이 흔하다”며 “정부나 공공기관까지 신용도나 담보능력을 중하게 평가하는 추세라 중소 제조업체들이 정책자금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 시설투자는 커녕 현상유지도 힘들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과 중소벤처진흥공단 등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기관들까지 기준 평가가 모호한 업체의 기술력·사업성 평가보다 대표자의 신용도와 담보능력에 따라 보증서·추천서 발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의 재무제표나 신용도를 평가항목에서 배제하고 기술력 평가로만 지원을 하는 곳은 기술보증기금 정도에 불과하다.

계룡의 한 제조업체 B대표는 “정책자금을 신청하려고 해도 공장 등기부등본, 토지 매매계약서 등은 필수서류”라며 “일부 스타트업들은 기술력만 있어도 창업지원 등 각종 혜택이 가득한 데 제조업은 지원도 부족하고 대출까지 힘든데 누가 제조업을 하고 싶겠냐”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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