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헌 충남도의회 기획경제위원장

코로나19는 우리가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지긋지긋한 이번 사태는 분명 머잖아 끝나겠지만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긴다.

사회적 재난의 대비는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전반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사회안전망을 잃은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황폐해지는지, 힘겨운 오늘 우리의 일상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힘든 중에 가뭄 속 단비같은 소식이 있었다. 지난달 말 충남도와 고용노동부, 17개 중소기업 등이 ‘더 행복한 충남공동근로복지기금’ 추진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 기금은 지난해 노사민정 공동 선언 이후 꾸준히 추진해 온 지역형 공동근로 복지기금 조성 1호 사업이다. 도내 17개 기업이 노동자 1인당 40만원씩 총 1억 5880만원을 출연하고 도에서는 이에 1:1로 출연해 총 3억 1730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근로복지공단이 지원금으로 출연금의 100%를 지원해 총 6억 3529만원이 확정됐다. 이 기금은 앞으로 근로자의 복지 향상에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대기업와 300인 이상 규모의 중견기업은 자체적인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자금 부족으로 자체적인 복지정책을 운용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에게는 남의 얘기였다. 결국 근로자의 장기근속률이 낮아지고 이는 안정적인 기업의 성장에 한계로 작용해왔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도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높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상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산업혁명은 그동안 여러차례 있었다. 그 변화를 우리는 슬기롭게 이겨냈다. 이번에는 위기 속에 위기가 찾아왔다. 인공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다시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은 더욱 궁지로 몰리기 쉽다. 새롭게 변모한 자본주의 아래 아무런 보호없이 내던져진 우리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국민의 삶을 개인이 책임져야지 왜 국가가 책임지냐”는 누군가의 말은 가슴 한편을 찌른다.

결국 이 새로운 위기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신뢰가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고 이는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함께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야말로 지금 시기에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차별과 혐오 대신 각자의 가슴 속에 서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을 품는다면, 맞잡은 손의 온기가 우릴 지켜줄 거라 믿는다.

기획경제위원장을 맡은 후 도내 경제주체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이어오고 있다. 그때마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청년층 구인난을 하소연한다. 수도권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는 말이다. 최선을 다할테니 걱정마시라고 약속을 드리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협약이 마중물이 되어 도 전체 기업들에게까지 확대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아울러 젊은이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 좋은 충남, 복지수도 충남을 만들겠노라고 사장님들께 드린 내 약속도 지킬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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