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전 국회의원

오는 2022 대선과 지방선거는 '87레짐'의 과도기적 잔재를 혁신하고 국가경쟁력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할 분수령이다. 핵심은 밑으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고 실현하는 지방분권이다. 최선은 분권형 개헌이지만 역대 대선에서 여야 공히 공약하고도 불발에 그친 개헌이 어렵다면 2022 양대 선거를 향한 정책 하나하나 분권형 어젠다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총선 낙선 이후 스스로에게 냉엄한 반성과 함께 대전의 미래전략을 고민하면서 많은 분들을 찾아 고견을 경청해왔다. 한결같이 대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와 호된 채찍의 말씀을 주셨다. 원로 언론인께선 이럴 바에 대전은 차라리 관선으로 돌아가자는 질책까지 하셨다. 돌아보면 대전 성장의 전기였던 대덕연구단지, 정부대전청사, 대전엑스포93 등 대부분이 관선 시절 성과들이었다. 1990년 계획을 수립, 민선 2기였던 1999년 선포식을 갖고 2009년 준공한 대덕테크노밸리 이후 대전의 미래전략은 실종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제안할 3대 분야, 16개 중점사업을 발표했다. 곧바로 대전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론의 비판에 부딪쳤다. 고속도로 건설, 철도 지하화, 단지 조성, 연수원 건립 등 개발공약에 치중돼 있고, 과학수도 지정 등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기본적으로 시민여론을 수렴했느냐는 비판이었다. 필자는 한걸음 나아가 대전시의 대선공약 제안 내용이 중앙정부라는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바라는 구태의연한 중앙 종속적 행태라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첫째 시민의 정책욕구를 반영했는가? 행정, 과학 두 부시장 중심의 TF팀, 대전세종연구원, 5개 자치구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쳤다고 밝혔으나 정책요구 수렴은 없었다.

둘째 대전의 중장기 비전은 있는가? 지난 8년 연속 인구 감소에도 그 원인 분석과 대책은 보이지 않고 미래전략에 대한 고민도 없다. 오늘에 대한 절실한 고민 없이 어떻게 발전적 미래를 기약한단 말인가?

셋째 급작스런 코로나19와도 같은 재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적시정책(適時政策, Just in time policy) 부재이다. 세계화된 도시 환경 속에서 금융위기나 사회적 재난, 자연 재난 등에 즉각 대응하며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켜야 정책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문제점을 꿰뚫는 가장 심각한 우려는 대전으로부터 중앙정치를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의 실종이다. 더 이상 대전 자치의 미래가 중앙정치에 휘둘려선 안된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이 갈팡질팡해서도 안되며 정책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나 자신부터 대전을 사랑한다고 자부해온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뼈를 깎는 반성의 거울 앞에 선다. 진정 대전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우리 미래세대가 살아갈 대전의 모습을 고뇌하자는 충정 어린 제안을 드린다.

우선 모든 정책을 대전시민으로부터, 대전의 역사로부터, 전국 지방분권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분권자치의 청사진을 고민하자. 우선 근거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 EBP)에 바탕해 지방정부의 정책성과를 지표 화하고 시민 각자의 삶의 질과 지역공동체의 사회적 가치가 나아지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대전시민의 권익이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밑으로부터의 정책 수립과 추진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더 이상 정권 실세라며 대전을 발전시키겠다는 허황된 중앙 종속적인 발상은 용납될 수 없다. 초당적인 비전과 시장이 바뀌어도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대전의 미래 청사진을 추진할 수 있는 미래전략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실천해야 한다.

2022년은 지방자치 전면 시행 27주년을 맞는다. 중앙 정치권에 대전의 미래를 구걸하는 구태부터 버리자. 시민의 정책요구에 바탕해 대전의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당당히 대선 과정에 정책화하자. 오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대전만의 미래전략으로 세계도시와 어깨를 겨루는 일류 대전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대한민국을 바꾸는 대전 출발의 원년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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