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

▲ 이동영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라는 노래가 유행했었다.

 그 노래를 거꾸로 들으면 '피가 모자라' 로 들린다며 악마의 저주라는 소문이 돌았다.

 PC통신망을 통해 소문은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한참동안 매스컴과 언론을 통해 전파됐다.

 1990년대 악마의 저주는 2021년 현실로 다가왔다.

 병원에서 '피가 모자란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활한 혈액수급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현재 혈액보유량은 3.3일로 적정보유량 5일분을 밑돌면서 병원과 환자들이 혈액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액은 인공적 제조가 불가하고, 보관기간이 짧으며(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혈액을 대체할 물질이 없기 때문에 피가 모자란 사회에서 오직 헌혈만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거리두기 강화로 단체 헌혈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으며, 혈액으로 코로나가 감염될 수 있다는 루머로 개인적인 헌혈도 줄어들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헌혈은 학교와 군대 등 특정집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 영향으로 진행이 쉽지 않아,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은 2019에 비해 13%이상 감소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는 가치의 재분배다.'라고 정의하며 사과를 생산할 수는 없지만 사과를 여러 사람에게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사과를 생산할 수는 없지만 사과를 생산하는 사람, 사과를 먹는 사람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정치와 예술 등 직접적인 생산을 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예술인도 헌혈을 통해서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인과 함께하는 헌혈캠페인을 제안한다.

 '예술가는 하늘에서 죄를 지은 천사가 벌을 받기 위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 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특별한 영감으로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하는 작품들을 창조해 낸다. 헌혈을 통해서도 천사의 활동이 계속 될 수 있다. 받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고, 지역사회의 수혜자에서 공여자로 활동하는 선순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대전문화재단 노사협의회는 천사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오는 14일 대전예술가의집에서 '문화예술인과 함께하는 사랑의 헌혈캠페인'을 진행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며, QR코드를 통한 사전접수가 가능하다. 시간당 8~10명 내외가 진행되며 당일접수도 가능하다. 사전헌혈, 고혈압, 체중미달 등으로 당일 헌혈이 불가능할 경우 헌혈증 기부를 통한 참여도 가능하다.

 헌혈을 통해 소중한 피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전혈기준 400㎖정도를 헌혈하게 되니 소중한 피를 잃는 것은 맞지만, 10개 항목 혈액검사, 헌혈증서 발급, 헌혈 시 2021년도 민방위 교육이수 처리, 다회헌혈 시 헌혈 유공장 수여, 헌혈 1회당 봉사활동 4시간 인정 등 많은 혜택도 주어진다. 무엇보다 한 번의 헌혈로 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망설일 필요가 없다.

 '피가 모자라'라는 악마의 저주를 풀어줄 천사들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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