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며칠 전 밤 서산 해미읍성에 갔다. 해미읍성 진남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진남문 열고 들어서면/ 누군가 나를 반기는 듯 싶다./그토록 기다리던/ 그리운 사람 만날 것 같다./오늘은 십오일 천년의 월야/성곽 위 두둥실 보름달 뜬다.'(중략)

동헌 앞에서 김가연 시인의 '해미읍성의 달' 시낭송 소리가 들렸다. 관객은 없었지만 보름달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야간의 환상적 조명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이날 소리짓발전소는 해미읍성 월야연(月夜演 보름달 밝은 밤 놀아볼 판)을 주제로 유튜브 업로드용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올해로 축성 600년을 맞는 해미읍성 축제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시민의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날 월야연은 충남도와 시, 해미읍성역사보존회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시낭송 및 재즈 플라멩코 춤을 비롯해 시조, 창과 한국 춤, '달을 안고 가다' 이미지 퍼포먼스, 색소폰 연주 등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은 내게 큰 감동이었다.

그 감동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준다. 서승희 총감독을 비롯한 10여명의 출연진은 신명이 나 있었다. 신명의 에너지가 넘쳐 나에게 왔다. 바로 이것이 문화예술의 힘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이렇게 신이 난다. 코로나로 문화예술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출연진 모두가 달밤의 반짝이는 별과 같았다.

20여일 후가 추석이다.

코로나가 조속히 종식돼 온가족이 함께 하기를 달빛아래에서 기원했다. 그러면서 올해 추석에 무슨 말이 오갈까 생각했다. 내년 3월 9일 대선, 6월 1일 지방선거 얘기가 아닐까? 전문가들은 선거의 핵심변수인 세대와 지역민심이 섞이는 추석연휴가 선거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미 여야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까? 국민의 마음이다. 누가 시장이 될까? 시민의 마음이다. 선거는 정당공천, 구도, 텃밭이다. 또, 이보다는 후보의 자격과 자질이 중요하다.

선거는 유권자의 미래를 이야기하여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 즉 민심을 얻어야 한다.

해미읍성 월야연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알았다. 감동과 감탄, 신명은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다. 또, 신뢰는 한없는 헌신과 사랑, 봉사에서 나온다.

해미국제 성지는 인간평등과 존엄을 외치다 죽어간 순교자들의 혼이 살아있다. 그들과 수많은 민중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나 달은 뜬다. 그러나 그날 밤 해미읍성의 달은 더욱 특별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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