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본인의지와 상관없이 대물림으로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아동들을 실천 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유전 병력에 의한 환아, 가정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보호자로부터 학대당한 아동, 보호자의 채무상환능력 상실로 인한 경제적 빈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 주거빈곤도 격차 해소를 통해 대물림을 끊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다.

아동성장기 주거환경은 건강과 교육, 사회성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취약계층의 주거빈곤은 자력으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수혜가구 선정조건 충족과 본인 부담임대료, 이사비용 등 현실적인 장벽에 막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로 존재하고 있다. 다행히 가구구성 별 최소 주거면적 및 용도별 방의 개수를 규정하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과 비주택거주아동가구의 주거 상향이동을 위한 연구조사, 민·관·학계의 주거정책 제안이 활발해지고 공공영역과 유관기관에서도 밀착지원을 위한 주거복지전달체계를 마련하며 아동 주거권 향상은 물론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주거환경이 개선됐으니 잘 살고 있겠죠?’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즉 외형적으로 개선된 주거 환경 안에서 아동이 얼마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혹자들은 그나마 지원 못 받은 사람들도 많은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까지 챙겨줘야 되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주거빈곤 아동의 가정은 경제적 빈곤 외에도 건강문제, 가족 간 유대관계 결여 등 복합적인 문제 양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형적 지원 후 주거환경 변화에 따른 아동의 일상에 대한 모니터링이 더욱 요구된다. 안전한 주거가 마련됐으나 홀로 방치되는 방임은 없는지, 냉·난방비 부담으로 더위와 추위에 노출되는 에너지 빈곤층은 아닌지, 방의 개수는 늘었으나 아동의 독립된 방이 없고 방이 있다 하더라도 살림에 밀려 협소한 공간은 아닌지, 사춘기 아동들의 사생활은 보호되는지, 특히 방범창과 출입문 보안이 취약해 범죄 피해에 노출될 위험 요소는 없는지 등 외형적인 주거차별 위기를 벗어나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며 긍정적인 변화가 지속되도록 관심과 추가 지원을 이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방이 생겨서 좋아요” “이제 친구를 초대할 수 있어요”라는 입주 아동들의 기대 속에 “여전히 월세와 관리비가 걱정이네요” “이렇게 좋은 집을 마련해주셨는데 형편이 어려워 부러워하는 책상도 침대도 못 사주니 아이한테 더 미안한 마음입니다”라는 보호자의 또 다른 고민이 안쓰러웠던 기억이 난다. 사회적 약자인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라는 아동들에게 주거빈곤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안전하고 행복한 러브하우스가 더 많이 제공되고 그 안에서 건강하게 자라며 하고 싶은 꿈에 도전하는 드림하우스가 꾸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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