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지방분권세종회의 법률위원장·변호사

행정법원은 행정기관 처분의 위법성을 심사하는 특수법원이다. 행정법원을 따로 두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적용되는 법리가 난해한 행정소송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1998년 설립된 서울행정법원이 유일하다. 서울행정법원은 당시 중앙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이 대부분 서울시와 인근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정이 바뀌었다. 현재 세종시에는 43개 중앙행정기관(소속기관 21개 포함)과 19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서울청사와 과천청사에 남아 있는 부처(4부, 1청, 2위원회)와 비교를 하면,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행정기관이 이전한 셈이다.

행정기관의 처분에는 행정소송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현재 세종시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행정사건 접수현황을 보면, 서울행정법원은 2803건인데 반해, 대전지방법원은 367건이다. 서울의 약 14% 수준이다(법원행정처 자료 참조). 세종시 중앙행정기관 상대 소송은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은 필연적으로 소송의 비효율을 가져온다. 재판을 수행하기 위해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이 서울로 출장을 가야 하고, 그로 인한 인력과 예산 낭비도 불보듯 뻔한 일이다. 또 관련 자료도 세종에서 서울로 이송해야 하고, 증인과 감정, 현장실사도 서울에서 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행정처분은 세종에서 하고, 그와 관련된 재판은 왜 서울에서 해야 하는 걸까. 세종에서 행정처분이 이뤄졌다면 그 처분의 당부도 세종에서 심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것이 문제의 출발이다. 행정처분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당사자, 증인 등이 세종에 있으므로, 여기서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것이다. 대전지방법원은 전문적 행정법원이 아니다. 따라서 복잡한 행정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행정법원에서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더욱이 2018년 기준으로 대전지방법원의 사건수는 전국 지방법원의 평균보다 33만 3000건이 많고, 소송 처리기간도 전국에서 최장인 6.1개월로 조사됐다(2018년 국감자료). 이는 세종시 설치로 인해 사건수가 증가하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종시에 제2행정법원이 필요하다. 행정사건을 서울시와 세종시에서 처리하게 되면, 소송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지방에서도 쉽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지방분권에도 도움이 된다. 또 대전지방법원의 과부하도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논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서울과 과천의 부처 소관 위원회는 여의도에서, 세종시 이전 부처 소관 위원회는 세종의사당에서 심의하자는 것이다. 또 1998년 대전으로 특허청이 이전함에 따라, 2년 후인 2000년에 특허법원도 대전으로 이전한 전례가 있음도 참조할 만 하다. 행정수도를 완성하자는 말이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들린다. 행정수도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제대로 만들자는 말일 것이다. 행정부처가 대부분 이전하고, 입법을 지원하는 국회 세종의사당도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 이제는 사법부가 응답해야 한다. 행정수도를 외치는 소리에 사법부가 귀와 마음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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