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열 대전시 도시주택국장

지난 1년간 코로나 19로 인해 도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는 농어촌에 비해 더 큰 위기를 체감했고 도시의 공간들은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속도보다 품격에 집중한 문화재생에 대한 니즈가 그 중 하나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 대전시는 ‘삶의 품격을 누리는 생활’이라는 목표 아래 커뮤니티 중심의 문화적 도시재생을 지향하고 있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무분별한 개발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도시의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적·사회적 활동으로 침체된 도심과 공동체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재생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창조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베르시 빌라주는 1880년경 파리 및 인근지역에 와인을 공급했던 창고와 철로를 재생해 영화관, 식당, 상점, 어린이서점 등 상업 및 문화시설, 산책로 등을 조성했고, 현재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시설로 변모했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21세기 가장 성공한 현대미술관중의 하나로 연평균 5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명소다. 그러나 과거 이곳은 흉물스럽게 버려진 화력발전소였고 영국 정부의 런던 밀레니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 공연장 등의 공공문화시설로 재탄생된 곳이다. 본 시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기다란 창문과 99m의 거대한 굴뚝 등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였으며 미술관 로비도 3400㎡ 크기의 내부 터빈실을 터빈만 제거하고 철제빔과 천장크레인도 그대로 살려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 런던의 기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 취리히의 육교시장(Markthalle Im Viadukt)은 새로운 형태의 창조산업과 결합시킨 육교 프로젝트(임 비아둑트 프로젝트)로써 도시내 장벽처럼 형성되어 있는 500m 길이의 고가 기차선로를 개조해 아치 모양의 육교 아래에 창조적인 공예품 공방과 작업장,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 등을 만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도시들은 오랜 시간 방치돼 있던 건축물과 시설들을 문화적 공간으로 재생함으로써 죽었던 공간에 생명력을 더했다. 특히 이들은 문화예술적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에 충실해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버려진 공간을 미술관과 공유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시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코로나19로 위축되고 있는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시도 버려지고 쇠퇴하고 방치된 시설들을 활용하는 문화재생을 통해 코로나로 어려운 대전 시민들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근대문화자산은 소제동의 철도관사촌과 옛 대전육교를 들 수 있다. 1905년 경부선이 놓이면서 일본 철도기술자들 거주를 위해 조성된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그 역사만 해도 100년이 넘는다. 철도관사는 100채 중 현재 30채가 보존되어있는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써 지금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1960~70년대에 터를 잡은 주민들만 살고 있던 오래된 동네, 소제동은 최근 2~3년 사이 뉴트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색적인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 핫한 동네로 입소문이 났다.

뿐만 아니라 비래동에 위치한 옛 대전육교는 연장 200m에 높이 35m의 교량 2개소로 1969년에 처음 설치됐다. 50 년의 세월이 지난 2020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83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차량통행이 중지된 상태로 2017년에는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여 지역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소제동의 철도관사촌과 옛 대전육교는 근대산업도시 대전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간직한 대전시만의 근대문화유산으로써 다시금 그 가치를 되새겨 볼 만하며 원도심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주요 문화재생자원으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약 100년 된 국내 최대의 철도관사촌이 잘 보존되고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옛 대전육교는 경부고속도로의 시설물로 근대 산업화의 상징성과 함께 건설 당시 국내 최고 높이의 아치 교량으로서 우리나라 근대기 토목기술의 역량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하겠다. 대전에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도시문화자원(동춘당, 우암사적공원, 남간정사 등)과 관광자원으로 이러한 근대문화유산을 연계한다면 문화재생 활성화를 위한 성공적인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이는 대전에 남은 고유한 유산이 대전의 품격을 높이는 풍성한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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