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자연경관이 빼어난 호남사경 중 하나인 모악산. 찬란한 불교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지만 나는 모악산 아래 있는 유휴열 미술관을 찾았다. 모악산을 바라보고 작업하는 작가의 마음이 어떤 미술관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냈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평소 미술관 건립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작가의 이름을 걸고 미술관을 개관하는 작가의 고충과 어려움을 알기에 애잔한 마음도 있지만 무슨 사명처럼 이끌리는 끌림으로 건립했을 테고 오랜 인고의 시간으로 맺어진 결과물일 테니 경건한 마음으로 마주했다.

경건한 마음이 이내 사라지고 말았던 경험도 많았지만 유휴열 미술관은 그러지 많았다. 모악산 아래 있는 곳 특별하고 작가의 열정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유휴열 미술관이였다. 2020년 5월에 개관해서 자연이 함께하는 미술관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의 작품이 보관되어있는 수장고이다. 미술관장의 배려로 수장고를 볼 수 있었다. 유휴열 작가는 조각, 유화, 드로잉, 등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실제 소장하고 있는 작품만 10만점이 넘는다고 하니 그의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작가가 작가에게 감동받기는 어려운데 수장고의 문을 여는 순간 나는 놀라움에 감탄사가 나왔고 둘러보면서 아주 오랜만에 감동을 하고야 말았다.

제자들을 데리고 와서 보여주고 싶을 만큼 방대한 작업 양이였고 잘 보관되어있는 수장고에 미술관보다 매료되었다. 작가는 그동안의 작업들이 수장고를 비롯해 2층까지 차고 이 작품들을 보며 본인의 즐거움과 욕심이 아닌가 생각하던 끝에 본인만의 나무와 작품으로 국한시키기보다는 그림을 좋아하고 나무와 꽃과 바람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미술관을 개관했다고 한다.

미술관은 이익사업이 아닌데 앞으로 관리가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미술관을 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앞으로의 시간은 미술관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형성해 주리라 믿는다. 간절한 진정성은 보려는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문화예술의 시대가 아닌가. 우선 나부터도 수장고를 보면서 작가의 은밀한 풍경까지 보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방대한 작업 양에 그림 하는 사람으로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의미 있는 시간이였다. 작가는 알루미늄 판을 재료로 색채, 구성, 작가정신을 담아 밀도 있게 작업하는 분 같았다. 세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업실 공간 규모도 크고 에너지가 넘쳐서 무엇보다도 좋았다. 완주군 지방에서 이렇게 큰 수장고의 작품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니 그 말이 과언은 아니지 싶다. 34년 전 터전을 잡았다는데 주변 나무들도 작가의 손길로 그의 시간과 함께 하고 있으니 나무들이 작가의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시간의 축적 없이 가능할 수 없다. 진달래가 장관인 모악산에 꽃피는 4월이 되면 이 미술관은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있을 것 같다. 4월이 기다려지는 이유를 미술관에 가기 위해서란 말을 많이들 할 수 있길 바라면서 대전으로 향했다. 일상에서 잠시의 일탈은 창조하는 마음을 자극하고 기운을 얻게 되어 좋다.

어느덧 가장 깊은 03시를 향해 달려간다. 누구의 방해도 용납 하지 않는 시간. 나의 자유는 밤을 타고 오는데 이런 밤이면 잠을 청하고 싶지 않다.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처럼 창조하는 사람들에게는 밤이 선생이다. 가장 고독한 시간을 마주하면서도 다음날의 스케줄을 생각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서 2021년은 지금보다 10퍼센트만이라도 나 자신에게 자유로울 수 있도록 노력해 가련다. 작년은 도둑맞은 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잃어버린 해였기에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에는 맞이할 봄이 그 향기를 잃지 말아 주길 바란다. 벌써부터 내 마음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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