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학금 기탁은 아내와의 약속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한 이때 한파를 녹이는 가슴 따뜻한 소식이 있어 화제다.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공직생활을 하던 아내(전 제천시청 미래전략사업단장)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유족 연금 전액을 3년째 제천시인재육성재단에 기탁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윤 원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유족 연금으로 수령한 1년 치 1080만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윤 원장의 아내 김기숙 씨는 1977년 공직에 입문해 제천시 1호 여성 서기관을 지냈으며 남편과 함께 제천시 부부공무원이었다. 아내 김 씨는 제천시 첫 평생학습팀장 재직시절 인재육성기금 100억 원 조성을 위해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2017년 12월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아내는 "내가 죽거든 저축해 놓은 것에서 인재육성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하고, 유족 연금은 매월 모아 연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길 소망한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윤 원장은 고인의 뜻에 따라 사망 이듬해 1억 원을 쾌척하고 해마다 유족 연금을 모아 재단에 기탁하는 아름다운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도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난 동짓날에 맞춰 '장학금 대행 기탁서'라는 손 편지와 함께 전달된 금쪽같은 장학금 소식은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생전에 아름다운 기부를 유언으로 남긴 고인의 고귀한 뜻은 각박한 세상에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아내의 숭고한 유지를 받들어 실천하는 이들 부부야말로 기부천사라 할 만하다.

코로나라는 국가적 재난 장기화로 국민 모두가 우울한 때다. 해마다 동짓날 즈음 들려오는 제천 기부천사 이야기는 지친 우리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이 엄동설한에 폐지를 주워 마련한 돈을 기부했다거나 용돈을 모아 기탁한 고사리 손 이야기까지 사랑 나눔은 언제 들어도 반갑다. 겨울 한파를 녹이는 온정이 밀물처럼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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