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지금 온 국민은 아동학대로 16개월을 살다간 정인이의 죽음에 대한 깊은 슬픔과 가해 양부모에 대한 분노, 또 어린아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정인이가 힘없이 어린이집에 앉아 있는 영상 속 잔상이 떠올라 우울해하는 대리 외상증후군을 앓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검찰에 가해 양부모를 엄벌에 처해 달라는 진정서 보내기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등이다. 국회에선 8일 본회의를 열어 아동학대 범죄 처벌법 일부 법령을 개정하는 등 일명 ‘정인이법’을 처리했다. 이번 아동학대 범죄처벌법 개정안은 아동학대 신고 즉시 수사·조사 착수를 의무화했다. 경찰이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위해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확대했다. 가해자와 피해 아동은 분리해 조사하도록 했고 경찰관과 전담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벌금형 상한은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였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9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해 부모의 자녀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건 다행스런 일이다.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2019년 3만 45건 중 부모에 의한 학대는 2만 2700건으로 75.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사망은 42명이며 모두 초등학교 이하의 어린이다. 10명 중 7.5명의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의 매’이자 훈육(訓育)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받고 있다. 아동 1000명 대비 아동학대로 판단된 피해 아동수를 의미하는 아동학대 발견율도 우리나라는 3.81%로 미국 9.4%, 호주 8%에 비해 절반도 안되게 아동학대가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로 가정내에서 부모의 돌봄시간이 길어져 자녀 양육의 과부하로 양육 스트레스로 아동학대는 더 늘고 있으나 학교나 유치원·어린이집 등이 정상 운영되지 않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했던 아동들이 더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정인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아동학대 신고 후 행위자 부모에 대한 강력한 제재나 부모교육 명령이 필요하다. 학대 행위자인 부모들이 재학대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자녀 양육법과 아동 권리의식 등의 부모교육 명령이 이루어진 후 다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및 경찰에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후 배치하고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그 권한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셋째, 즉시 분리가 많아졌을 때 아이들이 갈 곳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대부분의 쉼터가 포화상태라 분리시 양육시설로 가야한다. 치유가 우선인 아이들에게 갑작스런 단체생활은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넷째, 신고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신고의무자 포상금제를 마련해 아동학대 조기 발견율을 높여 단 한명도 귀한 생명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인이 사건을 뼈아픈 교훈삼아 아동학대 예방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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