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영 청주시 수곡1동 주민복지팀

이사를 하며 옷부터 오래된 가구까지 정리하게 됐는데 아파트 재활용장에 버리지 말고, 종류별로 모아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주시겠다는 아버님의 말씀에 얼마나 돈이 된다고 그분들이 좋아하겠냐고 되물었다.

얼마 입지 않았지만 유행이 지난 옷을 정리하고 큰 포댓자루 여러 개에 담아 어르신 댁에 가져다드렸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왠지 모를 죄송스러움이 느껴졌다. 그 후 며칠 지난 출근길에 익숙한 옷을 입은 어르신을 보게 됐는데 유심히 보니 내가 버리겠다고 정리한 초록색 티셔츠였다. 마치 새 옷을 입으신 듯 웃는 얼굴로 일을 하고 계셨는데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졌다.

문득 의류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증이 생겨 알아봤다.

환경부 환경통계 포털 '폐기물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3년 하루 평균 138.8t이던 의류 폐기물은 2014년 213.9t으로 급증했고, 이후 2015년 154.4t, 2016년 165.8t으로 줄었으나 2017년 193.2t으로 다시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은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크고, 해당 통계는 지자체에서 일부 사업체의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보고받고 전체 양을 추산한 것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에 반해 '폐기물 종류별 재활용 현황'에 따르면 폐의류 재활용량은 48.2t에 불과하고, 실제 가정에서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은 수거와 재활용을 민간 영역이 담당해 따로 관리하지 않으며 사업장 의류 폐기물도 일부를 샘플링해 전체 발생량을 추정하기 때문에 통계 신뢰도가 높지 않다고 한다.

의류 폐기물을 포함해 전 분야에 걸친 폐기물 문제가 대두되며 최근 환경보호,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미의 '필(必) 환경'이 강조되고 있고, 패션업계에도 환경을 생각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K 브랜드는 안 입는 다운을 가져오면 K2 제품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리사이클 유어 다운(Recycle Your Down)'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수거한 다운 제품은 친환경 리사이클링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H 브랜드는 '가먼트 콜렉팅 위크'로 고객들은 연중 어느 때나 제품의 브랜드, 상태에 상관없이 원치 않는 의류 및 천 소재의 홈 텍스타일 제품을 가까운 해당 브랜드 매장으로 가져오면, 참여하는 고객에게는 감사의 뜻으로 4만 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할인 바우처 2장을 증정한다.

이러한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은 옷을 '사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잘 버리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취지로 의류 폐기물이 플라스틱·음식물 쓰레기 폐기물 등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해롭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항상 옷장을 열면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거리던 내 모습을 되돌아보고 올바른 소비, 올바른 폐기물 처리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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