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장 소중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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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가장 소중한 인연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12월 05일 18시 0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06일 금요일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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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억수 시인

12월이다. 아내와 무작정 길을 나섰다. 바람이 앞장서서 데리고 가는 괴산 문광저수지, 수옥폭포, 충주 미륵대원지, 월악 송계계곡, 청풍문화재단지, 충주호 둘레 길의 겨울이 저마다의 색깔로 깊어간다. 곡선의 비경을 따라 구불구불 달리다 보면 새로운 풍경과 만난다. 주유소에 들러 맛집을 물었더니 주유소 옆 성암 휴게소 식당을 안내한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음식점에는 20여명의 손님이 식사 중이다. 아내와 나는 시골 인심이 정갈하게 담긴 반찬과 따뜻한 정이 넘치는 돌솥밥 그리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버무려진 된장찌개로 허기진 시간을 보상받았다. 음식점 사장에게 음식 맛이 최고라며 인사를 건넸다. 사장과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아내가 사장에게 쥐눈이 콩을 사고 싶다고 했다. 사장은 자기 일인양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성심으로 소개한다. 노부부는 조건 없이 더덕과 사과를 싸준다. 우리 부부는 도깨비에 홀린 듯 처음 만난 노부부의 정을 덥석 안아왔다.

여행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인연과 만난다. 인연이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한다. 불교에서 인연이란 인과 연을 아울러 이르는 말. 곧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과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을 이르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인연이란 원인에 의한 결과로 그 원인은 바로 자신이 만든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좋은 인연만 만나고 싶어 한다. 사실은 좋은 인연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들은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운이 없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운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과 저절로 왔다 가는 길흉화복이라 했다. 살면서 좋은 인연을 만들기란 보통 공이 들고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좋은 인연보다 나쁜 인연으로 발전하기가 더 쉽다. 그러기에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중요하다.

바람의 재촉에 손을 놓는 나뭇잎의 홀가분함과 겨울나무의 초연함에 아내와 함께한 삶을 돌아본다. 아내와 함께하면서 큰일이 닥칠 때는 아내와 함께 마음을 합했다. 일단 큰일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서로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풀어나 갈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사소한 일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별것도 아닌 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성암 휴게소 식당 노부부는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의 호의는 왠지 두렵다. 그러나 노부부처럼 대가 없는 진실함에 믿음이 생긴다. 노부부와의 만남은 나에게 행운이다. 행운은 남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거나 스스로 성실성을 키워온 사람에게만 주어진다고 한다.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인연은 나에게 조건 없이 와 주어 어려운 시간을 함께 하는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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